<한보파문>國政쇄신책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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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설연휴때 청남대에 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르기로 했다.난국에 대한 착잡한 마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과 여권핵심부는 한보사건으로 민심이반.지지도 상실의가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당정개편같은 과감한 국정쇄신책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절박성 때문이다. 여권의 민주계 고위관계자는 4일“우리도 국민의 싸늘한 눈초리를 느낀다.金대통령은 한보사건 처리에서 비장한 읍참마속(泣斬馬 )에 대비하고 있다.그런 비장함이 국정쇄신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입술을 꽉 물었다. 여권핵심부가 마련중인 민심수습책은 대략 3단계.우선 한보사건의 관련자 처리에서 의지를 보인후 두번째로 과감한 당정개편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2단계까지는 확실하지만 3단계는 유동적이다.여권 대선후보의 가시화를 어느 정도 빨리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미지수다.金대통령이 남은 1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등에 대해선 아직 프로그램이보이지 않는다. 한보사건 처리는 이제 관련자 소환에 들어갔고 사태의 방향이 외형상으로는 검찰수사에 달려 있다.이에 비해 당정개편은 윤곽에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고위관계자는“이홍구(李洪九)대표가 교체될 경우 후임자 선정은차기후보구도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현재 6~7룡으로 줄어든 후보중 상당기간 유력하게 남을핵심후보 3명정도를 빼고 나머지를 본인들의 동의아래 대표.총리와 다른 고위직에 배치하는 구도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그런 방법이면 경선전당대회를 앞당겨 대통령의 권력누수를촉진하는 일없이도 여권의 유력후보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될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김광일(金光一)비서실장.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등 여권핵심의 변동여부도 향후 국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미 몇몇 초선의원등 신한국당 일각에서.대통령참모진의 호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상 태다. 지금까지 여권에서는 후보경선 전당대회가 8월께 열리는 것으로돼 있었다.지금 적잖은 의원들이 이를 5~6월로 앞당기자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계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온다. 민주계 핵심관계자는“시기를 앞당길 경우 권력누수가 더 빨리 닥치고 후보 도전에 실패한 인사들이 당을 분열로 몰고갈 부작용등이 있어 이는 아직 적극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하지만 민심수습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카드마 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 기자〉 당정개편설이 나도는 가운데 신한국당 이홍구대표등 지도부가 4일 전북 남원 춘향예술회관에서 열린 남원지구당 임시대회에서 최동섭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의 손을 들어 대의원들의 지지에 답례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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