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소냐 '수렴청정'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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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淸) 말의 서태후(西太后)는 여섯살난 아들을 황제로 올린 뒤 주렴 뒤에서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그러나 인도 집권 국민의회의 소냐 간디 여사는 아들 대신 터번을 두른 시크 교도를 총리에 앉힌 뒤 막후에서 정치를 요리할 것 같다.

AP통신은 21일 인도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탈리아 태생이라는 원초적인 약점 탓에 총리직을 포기한 간디 여사가 장막 뒤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정계는 간디의 총리직 포기선언 자체가 절묘한 정치적 승부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과 시장(市場), 힌두 민족주의 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총리를 고집해 역풍을 맞느니, 자신이 선택한 총리에게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자신은 '안전 가옥'에 앉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리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석이 가능한 것은 국민의회가 간디에게 절대 권력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국민의회는 지난 19일 간디를 원내 대표(당수)로 재선출한 뒤 40여년의 당내 민주화 전통을 깨고 간디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신임 총리에 추대된 만모한 싱은 "간디 당수는 나의 지도자다. 인도 국민은 그를 총리로 선출했지만 그는 내가 총리라는 부담을 떠맡기를 원했다"며 간디에 대한 충성을 과시했다.

그러나 간디의 '수렴청정'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야당은 "간디가 싱 총리를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벌써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정치평론가인 브라흐마 첼라니는 "간디는 총리를 직접 선택했고,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서 "'책임 없는 권력'은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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