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이제는 산업이다] 5. 공공 의료기관 개혁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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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을지로 국립의료원. 지난해 1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2년에 비해 입원환자는 7%, 외래환자가 9% 줄었다.

의사 임금이 유명 사립병원의 60~70%선에 불과해 의사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엔 이곳 의사의 20%가 이직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는 등 장비도 낡은 것이 많다. 국립의료원은 우리나라의 중앙의료원이다. 공공병원의 맏형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물론 공공성은 높다고 봐줄 수 있다. 전체 환자의 20%(민간병원은 5% 안팎)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다. 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공적 기능에 속한다. 하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희귀.난치병 진료 등 환자에게 절실한 공공병원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무늬만 공공병원'인 셈이다.

국립의료원의 모습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도종웅 원장은 "낮은 임금, 열악한 진료 환경, 투자 부족 때문에 공공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의료원이 이 정도이니 다른 공공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전국 33곳의 지방공사의료원은 공기업이다. 이 때문에 국립의료원보다 더 심하게 이익 창출을 강요당한다. 손실이 많이 생기는 진료과목은 즉시 문을 닫아야 한다. 지역 주민의 의료 수요는 뒷전이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의사 정원 654명에 581명만 근무 중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저소득층 환자를 좀더 받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민간병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의 산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공공 의료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치매 및 중질환 연구, 표준진료지침 개발, 저소득층 진료 및 건강관리 등은 공공 부문에서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은 전체의 15.2%(병상수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영국(96.3%)이나 프랑스(65%).미국(33.2%).일본(35.8%)보다 훨씬 낮다.

복지부 유지형 공공보건정책과장은 "하반기부터 담뱃값을 올려 그 돈(500원 인상시 연간 9000억원)을 공공의료 확충에 사용하면 2008년까지 전체 병상의 3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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