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융통어음 남발피해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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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보철강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융통어음을 대량으로 발행했고 이중 상당액을 은행과 제2금융권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에 연쇄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융통어음이란 상거래 없이 순전히 현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으로 일종의 차용증이나 마찬가지다.상품을 사고팔 때 떼주는 진성어음과 대비되는 어음이다.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진성어음만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융통어음을 들고 있 는 금융기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한보철강은 지난해 자금줄이 점점말라오자 4월께부터 사채업자를 통해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으로 변조하는 수법을 사용,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은 주로 서울종로의 사무실에서 회사이름의융통어음을 마구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융통어음은 鄭총회장과 자주 거래하는 사채업자들에게 넘겨졌다.사채업자들은 보통 연20%대로 할인해준뒤 세금계산서.공사계약서등 관 련서류를 붙여진성어음인 것처럼 꾸민다.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다시 할인받기위해서다.사채업자들은 이를 은행 연12~13% 제2금융권 연15~17%로 할인받았다. 이렇게 발행된 한보 명의의 융통어음 규모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금융계에서는 적어도 5천억원 이상,많으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은행도 피해를 보지만 특히 자본 규모가 영세한 신용금고.할부금융이나 파이낸스 같은 제2금융권 회사들은 할인해준 융통어음 규모에 따라 연쇄도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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