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깃발 분쟁지역 표적 희생늘어 게양삼가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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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백30년동안 평화의 상징으로 전쟁터를 비롯한 각종 위험지대에서 나부끼던 적십자 깃발을 앞으로는 보기가 쉽지 않게 될 전망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적십자기가서방의 상징으로 간주돼 적대시되는 곳에서는 이 깃발을 내걸지 않기로 공식결정했다.ICRC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달 러시아의 체첸에서 6명의 적십자요원들이 잠자던 도중 떼죽 음한 사건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사건 직후 ICRC는 분쟁지역에 파견돼 있는 55개 적십자대표단장들을 제네바 본부로 소집,비상회의를 열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토니 버게너 ICRC대변인은 최근들어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서방상징물로 적십자기가 걸려 있는 캠프를 공격한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적십자 깃발을 경우에 따라선 아예 게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 했다.ICRC는 이번 결정이 공식적으로는 처음이긴 하지만 과거 십자군이 문양으로 사용한 적십자 깃발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이슬람권에선 적십자대신 적신월(赤新月)깃발을 사용하고 있으며 걸프전때는 적십자 깃발을 아예 사용하지도 않 았었다고 밝혔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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