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화제>문학.예술 늘가까이 해야 조화로운 人性발달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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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베토벤의 생애와 음악을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분석해 음악과 인간성 성숙의 관계를 조명한 연구보고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조수철(曺洙哲)교수는 최근 정신의학지에발표한.베토벤의 생애와 음악'이라는 보고서에서“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보편 타당성,생명에 대한 경외심,사랑등을 갖추고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어떤 직업을 갖더라 도 자기가 하는 일 외에 문학.예술등을 항상 가까이해야 한다”며“이같은 사실은 베토벤의 일생을 통해 명백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베토벤의 삶은 크게 하이든같은 음악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모방의 시기인 1기,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외향화시켜 해결하려는 외향화 시기인 2기,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받아들인후 내면화시키는 내향화 시기 인 3기로 나눌 수 있다. 인간 베토벤은 타고난 음악성.다양한 음악교육 외에 각 시기를통해 유럽을 휩쓸던 자유와 평등사상이나 칸트.헤겔.괴테.실러.워즈워스.바이런.푸슈킨등 불멸의 문학가.철학가로부터 받은 감동을 받아들여 정신적 성장을 거듭,악성(樂聖)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실제로 베토벤은 괴테나 실러의 작품을 음악의 주제로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30세쯤에 이미 거의 사람들의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게 한 심한 청력장애와 궤양성 대장염.기관지염을 비롯한 각종 신체적 고통을 베토벤은.고난을 헤치고 환희로 나가겠다'는 의지로 승화시켰다. 수양을 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유발시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나가는 것처럼 베토벤도 신체적 고통을 오히려 인간적 성숙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던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사망 3년전인 1824년 완성된 교향곡 제9번의 경우 후세에 의해 고통을 오히려 평화로 승화시킨 작품으로,극도의 성찰을 통해.완벽한 심적인 평화 더 나아가 환희'를 성취한 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높은 수준의 가치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편타당한가치를 추구하는,착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추어야만 하고 그 수단으로 음악(예술)이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베토벤의 생애는 보여주고 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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