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뜬 빅초이? 편견을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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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섭(右)이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큰 타구를 날린 뒤 홈까지 돌진,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이애미 AP=연합]

'빅초이'가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한 시즌 10호 홈런을 신고했다. 1m94cm.115kg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발이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최희섭(25.플로리다 말린스)이 20일(한국시간) 마이애미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2타점 그라운드 홈런(장내 홈런)을 때려냈다. 이번 시즌 두번째로 나온 희귀한 홈런이다.

1루수 겸 6번 타자로 선발출장한 최희섭은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차분하게 출발했다. 0-4로 뒤지던 4회말 2사 1루에서 두번째 타석에 들어선 최희섭은 파울 두개를 쳐내며 휴스턴의 선발투수 팀 레딩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볼 카운트 2-3에서 7구째 바깥쪽 직구가 들어오자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쭉 뻗어나간 공은 가운데 담장의 404피트(123m)라고 씌어진 바로 옆을 맞혔다.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의 외야 중 가장 깊은 곳. 담장을 때린 공은 오른쪽으로 튕겨나갔고, 중견수 크레이그 비지오가 30여m를 따라가 공을 잡았다. 비지오가 공을 던졌을 때 이미 1루 주자 미겔 카브레라는 홈을 밟은 뒤였다. 최희섭은 3루까지 전력 질주하더니 지체하지 않고 홈까지 뛰어들었다. 비지오의 공을 받은 2루수가 포수에게 연결했지만 최희섭의 슬라이딩이 조금 더 빨랐다.

최희섭은 강타자들인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 등과 함께 내셔널리그(NL) 홈런부문 공동 11위가 됐다.

최희섭은 "펜스를 넘기지 못할 걸 알고 1루로 뛸 때부터 전력 질주했다. 3루 코치가 팔을 돌리는 것을 믿고 홈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최희섭은 7회와 9회에는 외야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플로리다는 2-10으로 졌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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