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당선되면 이라크 미군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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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존 케리(민주당.매사추세츠주) 미국 상원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 임기(4년) 내에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병력을 사실상 완전 철수시키겠다고 19일 밝혔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내정된 케리 의원은 AP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베트남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영예로우면서도 미국의 국익을 적절히 지켜가며 미군을 본토로 귀환시키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영웅으로 불리는 케리 의원은 "이라크에는 명백히 문제가 많으며 우리는 이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을 지금의 방식처럼 심각한 죽음의 지대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리 의원은 "대통령이 된다면 이라크전에 참전한 국가들을 설득해 평화유지군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그러나 이라크 주둔 미군을 유엔이나 다른 나라의 지휘를 받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철군 일정을 밝힌 적이 없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리처드 닉슨도 케리 의원과 비슷한 철군 시한 공약을 했지만 그가 당선된 뒤에도 전쟁은 4년이나 계속됐다.

케리 의원은 또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동맹과의 관계를 손상시켰다"고 비난하고 "새로운 대통령만이 이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지난 세기의 모든 미국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했다"면서 "그들은 국제기구를 매개로 서로를 존중하며 다른 나라에 다가가고 협력했다"고 지적했다.

케리 의원은 "지금 미국은 영향력과 존경심.권위를 상실했으며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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