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옥씨, 청탁 위해 노건평씨 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건평씨에 돈 전달됐는지 수사”=세종증권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홍 사장은 2005년 4월 정씨 형제에게 “세종증권 매각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홍씨는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된 직후인 2006년 2월 29억6300만원이 입금된 자신의 예금통장을 정씨 형제에게 건넸다. 정씨 형제가 받은 돈은 일종의 로비 성공 보수였던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정씨 형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사안의 성격과 증거관계에 비추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노건평씨에게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한 사실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대근(64·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을 불러 당시 노건평씨로부터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또 정씨 형제가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가 노씨에게 건네졌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당시 세종증권은 농협의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형을 로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노씨는 세종증권 인수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대근 전 회장과 친분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형제가 받은 돈의 흐름을 파악해 봐야 노씨의 관련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과 관련, 노씨는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정씨 동생 측에서 나와 친분이 있는 정대근 회장을 연결시켜 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주식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거래에 개입할 생각이 없어 묵살했다”고 밝혔다.

노건평씨는 대통령의 형이라는 특수한 지위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 청탁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2004년 검찰은 ‘민경찬 펀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씨가 대우건설 사장 남상국씨로부터 “사장직을 연임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노씨는 이 사건의 법정에 출두하면서 피고인 출입문이 아닌 판사 출입문으로 법정에 들어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조강수·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