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갈라스, 팀 갈등 떠벌려 장외 ‘자책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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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뒤처져 갈 길 바쁜 아스널이 ‘떠버리 주장’ 윌리엄 갈라스(31·프랑스)의 입방정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라커룸에서 일어난 동료 간의 말다툼을 여과 없이 언론에 공개해 분란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분위기가 와해된 아스널은 시즌 첫 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갈라스는 어디서나 떠버리. 지난 3월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경기에 앞서 윌리엄 갈라스(점선 안)가 동료 선수들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화근은 10월 30일 토트넘전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갈라스가 “나보다 6살 어린 선수가 동료 모두에게 욕을 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4-2로 앞서다 4-4로 비겼다”고 떠벌리면서 시작됐다. 영국 언론이 욕설을 한 선수로 판 페르시를 지목하자 아스널 선수들은 ‘라커룸 안의 일은 일절 말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깬 주장에 대해 배신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갈라스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유로 2008 당시 ‘S’와 갈등했다고 밝혔는데, S는 다름 아닌 아스널에서 함께 뛰고 있는 사미르 나스리로 알려져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버렸다.

지난해 여름 아스널 주장을 맡은 갈라스는 첼시에서 아스널로 이적하던 2006년 무리뉴 당시 첼시 감독에게 “이적시켜 주지 않으면 자책골을 넣겠다”고 협박할 만큼 괴팍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문란한 사생활과 다혈질 성격으로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켜온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한국전에서 박지성에게 골을 내주자 거칠게 볼을 걷어차며 신경질을 냈던 장본인이다.

갈라스가 지난 시즌 버밍엄전 때 동료 가엘 클리시가 페널티킥을 허용하자 광고판을 걷어차며 불같이 화를 낼 때도 벵거 감독은 그를 옹호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주장직을 박탈했다. 아스널은 16일 애스턴 빌라와의 홈경기에서 0-2로 패한 데 이어 갈라스를 제외한 23일 맨체스터시티 원정에서도 0-3 대패를 당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한국 축구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끈 ‘캡틴’ 홍명보가 있었다. 지금 대표팀에는 김남일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뒤 출전 경기에서 3연승을 거둔 ‘뉴 캡틴’ 박지성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팀에서 주장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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