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깊이읽기] 공익적 오락프로 '…통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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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부터 '!느낌표'(MBC)가 기약 없는 휴식에 들어갔다. 그 빈 자리를 '생방송 대한민국은 통화 중'(이하 '통화 중')이 대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현안과 지난 일주일 동안 벌어진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실시간 휴대전화 조사를 통해 알아보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질문이 나가면 참여를 원하는 시청자가 휴대전화로 설문에 참여하고(일부 질문은 통화당 50원 유료), 그 결과를 연예인.기자.교수로 구성된 패널들이 해설한다. 제작 취지만 보면 시사교양물같지만 '!느낌표'와 마찬가지로 공익적인 오락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교훈과 재미를 함께 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인 만큼 신뢰도도 중요하다.

'통화 중'은 '성공한 공익적 오락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은 '!느낌표' 후속작이고, 휴대전화가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된 지금 시대를 반영하는 신개념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에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처럼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아야 하기에 그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시청자들의 반응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제 선정에서부터 패널의 역할, 심지어 프로그램의 제작의도에 이르기까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인터넷 게시판에 많다.

형식이 참신하다는 칭찬도 있지만 대개는 '제작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재미도 없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어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박병남) '이런 여론조사를 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서영민) '기자단에 교수까지 나와서 고작 한다는 일은 결과를 다시 읊어주는 역할밖에 없다'(최혜림)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 수익금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설문 주제는 허망하고 유치하다'(지재용)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런 시청자들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일단 설문 주제가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 진행자들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대한민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어버이날이었던 첫회 방송의 '가장 효자였을 것 같은 역대 대통령은'이라는 질문 결과가 과연 대한민국의 현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2회의 '4년 이상 재임한 역대 대통령 중 탄핵소추가 되었다면 파면 결정 가능성이 가장 높았을 것 같은 분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은 또 어떤가. 결과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아마 별로 흥미롭지도, 또 결과가 무엇이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지 않을까 싶다.

패널들의 태도도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생방송이라는 시간제약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기자들은 날카로운 분석은커녕 연예인들과 말장난을 우선시한다는 느낌을 준다. 오죽하면 어떤 시청자는 출연한 기자들을 '들러리'라고 표현했을까. 실시간 휴대전화 여론조사라는 참신한 발상에다 오락 프로그램에 보도국 기자가 출연한다는 파격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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