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위원장 “폭등한 환율, 연말께 잡힐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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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한 환율이 연말께면 잡힐 거라는 고위 당국자의 전망이 나왔다. 사공일(사진)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얘기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연말께면 끝날 것 같기 때문이라는 게 그가 드는 이유다.

사공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특정인을 거명할 수는 없지만 연말께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대충 끝날 걸로 월가는 본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미한 그는 워싱턴·뉴욕의 경제 전문가 및 정책 결정자들을 두루 만났다. 뉴욕에선 차기 미 재무장관으로 거론되는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 FRB 의장, 호버트 호메츠 골드먼삭스 국제금융 담당 회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과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이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의 환율 폭등을 유동성이 높은 한국시장의 특성 탓으로 돌렸다. 또 자금난에 몰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내다팔기에서 비롯된 일로도 분석했다. 사공 위원장은 “한국은 자본시장 개방도가 몹시 높은 나라”라고 전제했다. “외국인 지분이 42%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9%선으로 떨어졌음에도 한국 시장은 유동성이 높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최근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 과정에 들어가 연말이면 대충 끝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향후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도 환율을 끌어내릴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우선 “한국도 IMF 등에서 잇따라 경고를 보내고 있고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올 4분기에 들어서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았고, 내년에도 8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돼 환율도 안정을 되찾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낙관론을 폈다. 이뿐 아니라 “세계 6위인 넉넉한 외환보유액에다 경기부양책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3.7%에 불과해 미국·유럽 등에 비해 훨씬 상황이 좋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을 펼쳐 보인 사공 위원장도 전 세계로 확산 중인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그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볼커 전 FRB 의장도 지금은 물가 상승을 걱정할 때가 아니며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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