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중심 법 폐지를”=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대학 발목을 잡는 규제 사례를 털어놨다. 서 총장은 “학부 정원을 대학원으로 넘기려 해도 간단하게 되지 않는다”며 “같은 수도권이지만 서울캠퍼스와 수원 자연과학캠퍼스 간 학생 정원 이동도 마음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4학기제도 정부의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년 교수를 채용하려 했다가 (정부에) 혼만 나고 포기했다”고 밝혔다. 다른 총장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POSTECH(옛 포항공대) 백성기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겪은 일을 소개했다. POSTECH은 백 총장이 취임하기 전 국회를 통과한 사학법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했다. 대학평의원회는 사학법에 따라 교육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그는 “우리 학교는 사학법 규정대로 곧이곧대로 운영해봤다”며 “그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평의회가 심의기관이다 보니 평의회를 구성하는 학생과 직원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학교 발전에 책임을 지는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간다. 백 총장은 “이런 법은 우리나라밖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은 “정부의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학법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대학의 책임도 중요하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부겸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수능 성적대로 줄 세워 뽑아 쓰는 입시는 편할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전 정부의 다양한 성과에 대해 너무 쉽게 손을 놓아버렸다고도 했다. 올 대입에서 상당수 사립대가 수능 위주로 학생을 선발키로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세종대 양승규 총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사립대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홍익대 입시 부정 사건과 고려대 수시2-2 혼선 등 대입 자율화를 둘러싼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세미나에선 3불(본고사·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을 점진적으로 폐지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입학 제도 분야 발제를 한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수능 등급제는 고교 교육과정의 특성과 우수성을 따져 내신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포항=강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