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 돈나 그 까다로운 여신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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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10면

프리마 돈나(prima donna)는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이다. 19세기 초부터 오페라 팬들은 그를 ‘여신(女神)’으로 숭배하기 시작했다. ‘디바(diva)’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프리마 돈나는 오페라 작곡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오페라 극장의 레퍼토리·프로그램·출연진까지 자기 입맛대로 골랐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의 무대이야기

1826년 4월 작성된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의 런던 킹스 시어터 출연 계약서를 보자. “3개월 반(약 105일) 동안 30회 공연하는 대가로 2300파운드(요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36억원)의 출연료를 지급한다. 개런티는 전액 선불이다. 파스타는 자기가 맡을 배역 선택권을 갖는다. 오페라 공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독창회에 출연할 수 있다. 계약 기간 동안 파스타 앞으로 박스석 1개를 비워 두며 파스타가 출연하는 날은 무료 초대권을 1, 2층 각 12장 제공한다. 파스타는 무대 의상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스웨덴의 나이팅게일’로 불린 소프라노 제니 린드(1820~1887)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음악 레슨 장면에 엉뚱한 마이어베이어의 오페라 ‘비엘카’에 나오는 아리아를 불렀다. 이 곡은 특별히 린드를 위해 작곡된 것이어서 자신의 기교를 최대한 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바’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변덕과 불만으로 가득 찬 예측불허의 성격 소유자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디바는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기 어렵고 고집이 세고 교만하며 신경질적이고 자기밖에 모르고 특별 대우만 받으려 하는 데다 남을 잘 속이고 남에게 지기 싫어한다.

소프라노 아델리나 파티(1843~1919)는 미국 순회공연에서 특등석 전용 열차 칸에 남편·애완견·새·몸종을 태우고 다녔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출연료를 받았다. 한번은 공연 기획자가 미국 대통령 월급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받는 것은 너무 과하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대통령에게 노래 시키면 되잖아요.”

소프라노 준 앤더슨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개관 공연에서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가 디자인한 무대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찢어 버렸다. 이때 멋진 신사 한 명이 무릎을 꿇고 앤더슨의 무대 의상에 고정 핀을 꽂기 시작했다. 덕분에 웅가로의 체면도 살리고 개관 공연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는 이브 생 로랑의 사업 파트너이자 미테랑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였던 피에르 베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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