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딛고 성숙해진 클린턴-클린턴2기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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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통령직은 한 개인을 키우기도,파멸시키기도 하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는 급속히 성장한 편에 속한다.” 앨 고어 미부통령은 최근 USA투데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20일 집권2기를 시작한 클린턴 대통령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는 고어의 개인적 관찰만은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화합과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당파싸움에 한눈 팔지 않고 오직 미래를 지향할 것임을 다짐했다.이날 연설은 지난 4년동안 거부권등을 무기로 툭하면 공화당과 대결.대립했던 과거의 클린턴에게서 들을 수 있 었던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선의 적수였던봅 도울 전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최고 시민훈장인.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했다.하원윤리규정을 어긴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에 대한 관용도 촉구했다.
클린턴의 성격도 좀 변했다는게 측근들의 전갈이다.이들은“클린턴이 이제 대중 앞에서 즉흥적으로 색소폰을 분다든지 하는 다소장난기 어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클린턴은 지금 대통령답게 생각하고,행동하며,반응하는 것에 신경쓴다.그에겐 대통령의 임무가 정치인이나 친구로서의 생각보다 늘 앞선다”고 폴 베갈라 전백악관 정치자문은 말했다.
93년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친구.지인(知人)들을 대거 요직에 기용했던 그런 클린턴이 더 이상 아니라는 얘기다.윌리엄 코언 공화당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보면 베갈라의 주장이 어느정도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통치스타 일에서도 설익은 냄새는 많이 가셨다.첫 취임때“앞으로 1백일 이내에 미국의 의료제도를 전면 개혁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였다.그러나 그는 지금 이 방대한 제도를 하나씩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는데 몰두하고 있다.소말리아.보스니아 사태에 맨 처음 부닥쳤을때 허둥지둥했던 모습도 지금은 보기 어렵다.1차 임기 후반에 보스니아평화협정을 성사시키고 그것을 비교적 순조롭게 이행시켜 나가고 있으며,지난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당선이후 깨져버릴듯 했던 중동평화를 그런 대로 잘 보존시킨 것을 보면 그가 이젠 국제문제에서도 뚝심과 노련미를 어느정도 체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최근 클린턴에 대한 지지도는 대선때보다 훨씬 오른 62%(CNN/USA투데이 공동조사)~57%(뉴스위크)에 이른다.하지만 그의 앞길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성숙한'대통령의 앞날이 주목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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