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있는공간>인테리어 디자이너 차정희씨 작업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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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실내공간을 멋있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하지만경제적 여건과 시간등이 허락하지 않아 전면개조가 어려울 때가 많다.참신한 아이디어로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색다른 인테리어공간을 마련하는데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는 난 을 마련했다.
[편집자註] 밋밋한 벽은 싫다.검은색 TV와 VCR도 지루하다.하얀색 바탕에 금테를 두른 벽시계는 금방 멈출 듯 맥없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차정희(車貞姬.펜스타 대표)씨는 이런 생각에 지난해 10월 서울 홍익대 앞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13평형 연립주택)을 새롭게 단장했다.車씨가 가장 많은 상상을 쏟아꾸민 곳은 TV가 놓인 거실 벽면.
이 공간의 아이디어는 녹색페인트로부터 나온다.우선 황색 실크벽지에 꽃모양으로 거침없이 가져간 페인트 붓길은 고대 동굴벽화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현대적이다.마치 바람에 날리듯 흐늘거리는꽃처럼.그 꽃속에 놓인 벽시계에도 또 작은 꽃 그림이 들어앉는다.이 시계는 車씨가 동네를 지나다 버려진 벽시계를 발견하고 주워 벽에 건 것.금색 테두리에 하얀바탕은 너무 틀에 박힌 느낌이 난다는 생각에 벽에 그린 그림을 축소해 다시 넣고 테두리에도 붓자국을 촘촘하게 둘렀다.
프랑스에서는 TV를 페인트로 색칠하는 경우가 많다.그곳에 오래 머무르며 인테리어 공부를 한 車씨는 10년 된 검정TV와 VCR에 그림을 그리던 붓을 계속 가져갔다.스크린을 제외하고 전부 녹색으로 칠했다.해놓고 보니 색다른 느낌도 수확이지만 TV를 켰을 때 화면이 더 선명해 보이는 것은 또다른 실용적 소득이다. 페인트 붓은 이쯤에도 마르지 않고 흰색 TV받침대와 보조의자에 곡선과 점을 그리는데 사용된다.페인트 붓이 움직이는곳엔 원칙이 있다.새 것이나 값이 비싼 곳은 피하고 오래되고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곳에 간다는 것.누구든 생활속에서 한번쯤시도해 볼 만하다.
인테리어는 조명으로 마무리된다.車씨는 선물로 받은 이탈리아산담쟁이 조명을 벽으로 걸치고 TV 위에는 꽃병을 놓아 담쟁이 조명을 모았다.천장에 조명을 다는 것도 잊지 않았고 오른쪽으로는 스탠드 조명도 세워 놓았다.은근한 빛의 어우 러짐이 차분한분위기를 자아내며 편안히 앉아 일을 해도 좋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을 공간이 마련된다.
車씨는“실내 전체에 적용하면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어 한쪽벽면에만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 본 것”이라며“찾아오는 손님마다.이렇게 꾸밀 수도 있구나'하며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글 신용호.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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