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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인천 디지털방송 왜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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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이랬다저랬다할 경우 국민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는지는 우리 국민이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 일이 현재 인천.경기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인천시의회는 260만 인천시민을 대표해 정보통신부의 무원칙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또 19일에는 인천지역 56개 시민단체와 전국언론노조, 경인방송 직원들이 정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들은 정통부의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통부가 아무런 하자 없는 경인방송의 계양산 중계시설에 대한 허가를 원래의 원칙을 뒤엎고 갑자기 유보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통부가 각 방송사에 디지털TV 방송을 조기에 정착시키라고 일정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정통부의 지침에 따라 경인방송도 디지털TV 방송 준비를 서둘렀고 거액을 들여 경기도 용인 광교산에 디지털TV 송신소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송신소의 전파가 260만명이 사는 인천엔 도달하지 않아 이 지역에 중계소 설치가 꼭 필요했다.

인천시나 유관단체.인천시민들도 서울시민들처럼 디지털TV를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단해 경인방송의 계양산 중계소 설치 허가 추천을 했다. 방송위원회는 정통부.방송공학회 등 각계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들어 지난해 9월 '계양산 DTV 전파가 서울지역으로의 월경을 최소화한다는 조건'으로 중계소를 '허가 추천'했다. 경인방송은 이 '허가 추천'에 따라 정통부에 '중계소 허가'를 신청했다.

통상적으로 방송위원회가 '허가 추천'을 하면 정통부는 6개월 안에 주파수와 출력을 결정해 '허가'를 해 왔다. 정통부도 지난 3월 실시한 '경인방송 DTV 서울지역 전파측정'자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결론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어찌된 일인지 허가사항을 아무런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금도 아날로그TV 방송의 경우 인천지역의 55%가 경인방송의 아날로그TV를 바로 시청하지 못하는 난시청 지역이다. 아날로그TV 송신소가 해발 95m에 불과한 인천 수봉공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수봉공원은 조그만 동산이다. 전국 어느 방송국에도 이렇게 높이가 낮은 송신소는 없다.

정통부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순히 전파 월경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도 이미 실시한 측정실험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음이 밝혀진 바 있다.

이제 정통부는 입장을 뚜렷이 밝혀야 할 때다. 방송위원회 허가 추천 당시 "계양산 중계소 설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밝힌 그때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가. 전 세계 TV를 안방에서 볼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지금 있지도 않은 전파 월경을 정책 판단의 최우선 순위로 꼽는 정통부의 한심한 발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보기술(IT) 강국을 외치는 정부지만 과연 디지털TV 방송을 위한 청사진은 있는지 묻고 싶다. 인천시민들이 왜 그토록 계양산 중계소의 즉각적인 허가를 요구하는지 정통부 관리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