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군 변동 협의제 논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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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주한미군 전투병력의 이라크 차출을 놓고 사전협의제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지난 50여년간 사전협의 절차 없이 주한미군의 감축 등 주요 변화가 일방적으로 이뤄져 온 게 사실"이라며 "현재 한.미 간 사전협의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NSC는 이번 주한미군 병력의 조정계획은 지난해 11월 이미 감지됐다고 밝혔다. 미국이 '해외주둔군 재검토계획(GPR)'을 발표할 때 주한미군 문제의 협의를 요청할 가능성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또 NSC는 "최근 미국 정부가 미군 차출 문제를 사전에 다양한 공식 경로로 알려와 대통령 주재 회의 등 수차례의 비공개 회의를 거쳤다"며 사전 대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 간 공식협의체를 통해서는 논의된 일이 없다. 주한미군 변동을 논의하는 공식채널은 양국 국방부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다. 지난해 4월 이후 이달까지 여덟차례나 열렸지만 미2사단 병력의 이라크 차출 문제가 논의된 적은 없다. 이 회의를 건너뛴 채 외교 채널로 진행됐다.

더구나 한.미 양국은 미2사단 병력을 2006년까지 의정부.동두천으로 모으고, 이후 한강 이남으로 옮기는 문제는 양국 정상 협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2사단 전투병력 차출이 미군 감축으로 이어진다면 예고했던 절차를 생략한 꼴이 된다.

미2사단 전투병력의 이라크 이동에 대한 양국의 설명도 다르다. 외교부는 이를 '이라크 상황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차출'로 설명했다. 19일 조영길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에서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미 의회에서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열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한국 정부는 미군 주둔 이후 한 번도 먼저 철군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간 모두 미국의 군사 전략에 따라 변화가 일어났다는 얘기다. 그래서 양국의 사전협의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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