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인도공항 20여년만에 관제설비 교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항공관제사들은 수시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 이착륙 항로의 추적작업을 순전히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이 공항의 한 관제사는“우린 레이더 스크린에서 번쩍이는 점신호로 여러 비행기의 항로를 동시에 확인할 뿐이지 어느점이 어느 비행기인지는 그때 그때 기억해 놓아야만 한다”고 말했다.또 현재의 관제설비 수준으론 비행기의 고도조차 알 수 없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3백49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난해 11월12일의 뉴델리 공항참사 이후 인도공항의 낙후된 관제시스템은 여러번 문제시돼 왔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안 항공(SAA)여객기와 카자흐스탄 항공(KA)화물기는 이 공항을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공중 충돌했다.
사고 원인은 조종사의 실수와 언어소통능력 미숙등으로 귀착되는분위기지만 이를 계기로 인도 국제공항의 관제능력을 일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뉴델리와 뭄바이 두 대형 공항에 1억달러규모의 최신 레이더 장비가 도입된다.뭄바이 국제공항은 오는 4월 설비를 대폭 교체할 경우 유럽.미국의 웬만한 공항 수준을 능가하는 최신 레이더망을 갖추게 된다.비행기의 고도확인은 물론탐지거리가 1백10㎞에서 4백10㎞로 확대된다.이밖에 2억달러를 들여 활주로와 터미널건물등 인프라도 확충된다.
20년 넘은 낡은 관제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첨단설비로 교체하다 보니 관제사들이 금세 새로운 기기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올 정도다.더욱이 고성능 레이더에 적합한 신식건물과 전력미비등도 걸림돌이다.관제장비 현대화를 맡은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다 어느날 갑자기 벤츠 승용차를타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