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추모 발길 줄잇는 호암 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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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생가가 개방 1주년을 맞으면서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 19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생가에서는 김채용 의령군수와 경주이씨 대종회 회원 등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개방 1주년 행사가 열렸다. 풍물패의 길놀이와 지신밟기를 시작으로 농악놀이, 시루떡 자르기 등 행사가 펼쳐졌다. 호암재단에서도 관람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지난해 11월 19일 호암 타계 20주기를 맞아 일반에 개방된 생가는 11일 관람객이 7만명을 넘어섰고, 18일까지 총 7만2358명이 다녀갔다. 설 연휴였던 2월8일에는 1532명이 다녀가 하루 최대 방문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회장의 위업을 추모하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고 이병철 삼성회장 생가에서 열린 개방 1주년 행사에서 김채용 의령군수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의령군 제공]


이무형(56)생가관리소장은 ”주로 집안의 큰 일을 앞두거나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데 큰 기여를 한 호암을 추모한다”고 말했다.

의령군은 2억원을 들여 생가 앞 복지회관(330㎡)을 리모델링해 의령 칡한우를 구입하고 먹을 수 있는 ‘부자 한우촌’을 이날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한우고기를 시중보다 싸게 판매한다. 마을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하고 생가로 가는 마을 길의 시멘트 담장을 토담길로 정비하고 있다. 생가 옆 서당도 정비중이다.

군은 황토방 펜션도 유치해 생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묵고 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채용 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삼성그룹과 협의해 생가일대를 정화하고 시설을 보완해 전국에서 몰려 온 관람객들이 ‘부자의 기’(氣)를 받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호암생가는 부지 1907㎡에 안채(52㎡), 사랑채(46㎡), 대문채(22㎡), 광(62㎡)으로 이뤄진 전통 한옥이다.

이 가옥은 1851년 호암의 조부가 지은 것으로 호암이 유년시절과 결혼하여 분가하기 전까지 살았다. 토담으로 둘러싸인 남서향의 생가는 그동안 몇차례의 증·개축을 거쳤다. 2004년에는 태풍 매미로 훼손된 안채와 사랑채 기와를 보수했었다.

안내판에는 생가에 대해 ‘곡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형상의 산기운이 산자락 끝에 자리잡은 생가에 혈(穴)이 되어 모이고 남강물이 생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흐르는 역수(逆水)를 이루고 있어 재물이 쌓일수밖에 없는 명당”이라고 적혀있다.

◆가는 길=남해고속도로 의령 나들목을 나와 의령읍에서 우회전해서 국도 20호선을 타고 합천쪽으로 가면 정곡면이 나온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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