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조수미의 ‘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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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조수미(46·사진)는 대학 시절 디스코장을 좋아했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함께 스테이지에 올라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팝이나 록 음악도 부르며 대중가수 흉내도 냈다. 끼가 철철 넘쳤다. 로마에 머물고 있는 조수미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학 전에는 사실 클래식 아닌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땐 연애하면서 엄마 속도 썩이고, 미팅도 많이 하고요. 너무 놀아서 몇 과목에서는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죠. 재즈 피아노도 쳤어요. 그래도 이때 춤추는 기쁨, 사랑의 희열,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했지만 그 끼는 여전하다. 올 하반기는 그녀가 자신의 끼를 대중 앞에 드러내는 시기다.

◆“숨겨진 끼 보여드리고 싶어”=그는 ‘베사메 무초(Besame Mucho)’ ‘케세라 세라(Que Sera, Sera)’ 등 열정적인 음악을 들고 다음 달 3일(고양 아람누리)과 5일(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스타 팝페라 테너인 알렉산드로 사피나와 함께하는 이 공연은 오페라 가수 조수미에게 일종의 ‘외도’다.

“그동안 클래식에 치중해왔으니 팬 서비스 차원에서 대중성이 강한 곡들로 골라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엄마야 누나야’도 넣었는데 좀 색다른 느낌이 나도록 부를 생각이에요.”

그는 파격을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앨범 사진 얘기를 했다. 라틴 음악, 샹송, 스웨덴의 음악을 담은 앨범 ‘미싱 유(Missing you)’다. 사진에서 그는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공항 활주로에 혼자 앉아 있다. “제가 나이도 있고, 몸을 드러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래도 이 사진을 보시면 제가 이제는 뭔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인기 높은 조수미의 ‘외도’=이 앨범은 발매 한 달 만에 3만 장이 넘는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일반적인 클래식 앨범이 1년에 1000장 정도 판매되는 것에 비해 큰 인기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종호씨는 “조수미에게 ‘성악가’보다는 ‘노래꾼’이라는 원초적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는 앨범이다. 편안하고 다정한 창법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1986년 데뷔한 이래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역할에서 장점을 발휘했던 조수미는 이처럼 ‘끼’가 필요한 음악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2000년 뮤지컬 음악을 골라 발매했던 앨범 ‘온리 러브(Only love)’ 또한 1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첫사랑을 위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우먼 인 러브(Woman in love)’를 불러주고, 오페라 아리아 대신 ‘엔들리스 러브(Endless Love)’를 즐겨 불렀던 20여 년 전의 조수미가 묻어나는 앨범들이다.

조수미는 “앞으로는 ‘나만을 위해 작곡된 노래’를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명성황후’에 삽입됐던 음악 ‘나 가거든’처럼 처음부터 내 목소리에 맞게 만들어진 음악에 욕심이 난다”고 덧붙였다. ‘노래꾼’ 조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노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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