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출 현장일기] 장길산 첫 雪原전투 도착하니 눈 다 녹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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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성 SBS ‘장길산’ 조연출

지난 2월 10일. '장길산' 첫회 촬영지인 강원도 대관령의 삼양목장으로 답사를 갔다. 설원(雪原)에서 관군과 민병이 대규모로 맞붙어 싸우는 장면이라 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삼양목장은 드라마 '야인시대'때 전투 장면을 찍은 곳이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경험에 비춰볼 때 2월이면 눈이 절정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도착해 보니 눈은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예년에 비해 날씨가 따뜻해 그마나 쌓였던 눈도 며칠 전 내린 비로 다 녹았다는 거였다. 허탈하게 발길을 돌린 뒤 매일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대관령 지역 일기예보를 체크했다.

마침내 27일 밤부터 강원도 산간에 많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촬영 일정은 28일부터 사흘간으로 맞췄다.

촬영 전날 선발대로 장형일 감독 등이 먼저 떠났다. 오전 11시쯤, 전화가 울렸다."대관령에 비가 오고 있다!" 앞이 캄캄했다. 촬영을 취소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보조 출연자가 500명이 넘었고 말이 30필, 무술 연기자 40명에 촬영 차량만도 50대였다. 우정 출연한 안재모.차광수씨의 일정도 문제였다.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오후 6시쯤 다시 전화가 왔다. 평창까지 되돌아왔는데 비가 눈으로 바뀌어 폭설이 내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차를 돌려 대관령으로 가니 촬영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부랴부랴 스태프들을 다시 모아 출발했다. 결국 다음날 눈덮인 대관령의 전투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지난 17일 첫회가 나갔다. 대장정의 시작은 이토록 험난했다.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손재성 SBS '장길산' 조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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