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선생님] 아이가 산 물건에 책임 느끼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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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놀이 때문에 부모님들 걱정이 많습니다. 만화영화가 인기를 얻고, 그에 따라 나온 게 카드게임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이런 만화 캐릭터의 카드놀이는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또 다른 만화영화가 인기를 얻으면 그에 맞는 새로운 카드놀이가 유행합니다. 아이들은 보통 카드놀이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카드를 사게 됩니다. 300장, 400장의 카드를 가진 아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이것을 금액으로 치면 5만~6만원의 돈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부모님은 어린 동심을 이용한 얄팍한 상혼이고, 어린이를 속이는 것이라고 분개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우리가 사는 시장경제 속의 기업 마케팅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이런 마케팅의 유혹에서 완전히 떼어놓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그 유혹을 분별하고,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추어 욕망을 절제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의사결정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 아이들은 광고나 마케팅 유혹에 약해 무조건 사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려는 것은 많은 경우 아이가 자신의 구매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이에게 물건을 사서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따르는 책임을 스스로 지게 하세요. 아마 아이는 보다 신중하게 처신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놀이용 카드를 얼마만큼 사든 아이의 용돈에서 부담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다른 필요한 것을 사지 못하게 되더라도 도움을 주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아이는 카드를 샀기 때문에 다른 소비를 못하게 됐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또 카드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일을 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어떤 일인지, 얼마나 일을 하는지 등은 부모님께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직접 번 돈을 카드 구입에 쓰게 될 때는 아이도 보다 신중하게 여러 가지 경제적 생각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적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부모님께서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김정훈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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