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은 근로자불안 해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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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동법개정으로 야기된 파업사태가 정치적 해결책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과는 별도로 사태수습을 위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지고있다.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정치권에 맡기더라도 기업이 국민경제 회생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봐야 한다.
당초 우리가 노동법을 개정하고자 했던 때로 돌아가보면 지금은개정의 명분도 퇴색됐고,목표와 방법도 다 잊은듯 하다.노동법개정을 통해 우리가 의도하려 했던 것은 다름아닌 경제활력의 제고였다.경제가 잘 되고 기업도 커지면 종사자들도 더 많은 성과배분을 받아 생활수준의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명분에 노사정(勞使政)이 모두 합의했던 것이다.그래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참여와 협력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신노사관계입법을 제의했을 때만해도 요즘같이 불행한 사태는 예견 할 필요도 없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의 현재 상황은 노정(勞政)대립만 표면에 남고 노사(勞使)간의 대화는 실종상태다.이렇게 되면 정부가 강공책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든,혹은 유화책으로 해결하든 기업은 나중에 노조를 상대로 별로 할 말이 없게 된다.이번 사태에 대해기업은 속만 끓이면서 손놓고 있을 입장은 아니다.마지막 단계에서 여당이 정부개정안을 수정하면서 기업의 우려와 요구를 반영한것이 사태악화의 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현사태 해결을 위해 당장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세가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
첫째는 기업수지악화의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미루는 일을 삼가는 것이다.마치 임금이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자기 식구를 기업이 어렵다고 내몰아치는 것같이 보이는 일을 해서는 곤란하다.만약 다른 기업과의 경쟁필요성,혹은 신기술의 도입과 타업종에의 진출로 인력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평소 경영정보가 노사간에 자유롭게 소통되고 토의가 충분히 이뤄지는 기업이라면 근로자도 경영자의 설득에 고개를끄떡일 것이다.
둘째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그것은 근로자가 협력해 경영을 호전시키면 성과배분에 최선을다하겠다는 약속과 전직및 재배치를 위한 교육훈련에 투자하는 것을 포함한다.
셋째는 당분간 기업이 도산가능성이 있는 것과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고용안정에 노력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이제마음놓고 종업원을 해고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모습보다는 같이 어려움을 헤치고 기업부터 살리자는 설득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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