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오기 통일부총리-한반도정세와 대응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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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 한해 한반도 정세는 어느때보다 많은 변화와 곡절이 예상된다.우선 한국의 대통령 선거,북한 김정일(金正日)의 공식 권력승계등 남북 모두에 주요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다.지난해말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사과'를 계기로 새 로이 펼쳐질남북관계를 포함한 북.미,북.일 관계개선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은 물론이다.이미 경수로사업이 본격화됐고 이달말과 2월에는 4자회담을 위한 3자 설명회와 북.미 준고위급회담이 열린다.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의 좌장(座長 )으로.북한 요리'를 책임지는 권오기(權五琦)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을 본사 정치부 김현일(金玄鎰)부장대우가 만나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대응태세등을 들어 봤다.
[편집자註] -북한은 과연 붕괴되는 겁니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북한이 당장 내일 무너진다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그러나 10년이상 유지되려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비유가 적확한지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은 2차대전말의 일본상황과 비슷한 것같아요.누구도 당시 일본에 승산이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그럼에도 엘리트대 출신들이 자살공격을 감행하는등 끝까지 버티지 않았습니까.이판사판식의 광기(狂氣)로 저 러니 외부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죠.” -올해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북한이 우리 정부를 비방하면서 상대하지 않겠다고 하니 별 진전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다만 다른 차원에서의 접근은 할 수있다고 봅니다.”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북한 대내외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까요.
“김정일이 오래전부터 모든 권한을 행사해왔기 때문에 큰 변화요인은 안될 것으로 봅니다.” -그래도.대관식'을 거행하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외부의 강한 충격'이 없으면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곧 3자 설명회가 개최됩니다.4자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있습니까.북한은 현정부를 상대하지 않으려는데.
“북한도 4자회담을 통해 얻을 것을 얻어나가자는.4자회담적 접근'은 하고 있다고 봅니다.잠수함 사건때 백배천배 보복위협을한 북한이 사과했습니다.상반된 메시지를 던질수 있게 변화된 것입니다.정부로선 4자회담을 추진하긴 하나 이것이 안되면 큰일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잠수함 사건과 관련,북한은 사과후.
한국측이 사과했다'면서 대남비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예상하셨습니까. “예상했습니다.북한은 지난해에도 나진(羅津).선봉(先鋒)투자세미나를 개최하는 날 잠수함을 보냈습니다.그런데 이런 북한의 2중행태에 대해 우리 내부에는.북한이 전술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같아요.이래서는 곤란합니다.” -잠수함사건에 대한 사과내용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북한은.무오류성'이 지배하는 체제입니다.잠수함 사건을 고장으로 둘러댄 것은 물론 거짓말입니다.그러나.고장을 인정한 것 자체'는 이례적인 것입니다.김정일휘하의 부대는 고장을 낼 수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이런 북한이 어쨌든 사과한 것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이 샘 판다고,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는게 그렇게 급했습니까.원칙은 지켜야 하고,또 우리의 안보와생존문제를 북한과 미국에 맡겨놓을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는게 정부의 생각입니다.게다가 잠수함 사건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왔던 국제적인 측면도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미 접촉의 틀은 더욱 확고해진 듯합니다.
“좋아서 이런 틀을 허용한 것은 아닙니다.그러나 북한은 이런남한배제 전략 때문에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북한이 앞으로 도발을 저지른후 미국에 장성급 접촉을 갖자는등 공세를 본격적으로 펼수도 있는데요.
“북한이 한.미관계의 큰줄기는 바꿀수 없습니다.미국이 한국을버리고 얻을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향후 대북지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습니다..한국의 기분을 상하게하면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겁니다.
” -지난해 총선전 북한은 판문점 무력시위를 통한 소위.북풍'으로 현정부.여당을 도운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올해대선때는 어떻게 나올 것같습니까.
“며칠전 북한방송은 우리 대통령이 청남대(靑南臺)에 간 것을놓고 .노동자들의 데모에 겁먹고 남쪽으로 도망갔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경직된 사회에서의 전문가란 한계가 있습니다.제대로된 전문가가 있다면 올해엔 유화책으로 나올 수도 있겠죠(웃음).” -평소.북한땅을 비우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을자주 하셨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북한을.비우게 한다'는 것은 우리가 북한을 흡수한다는 얘기겠죠..남쪽은 포화가 되고,북쪽은 빈그릇이 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이탈 주민들을 계속 선별 수용할 방침입니까.
“선별에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고 우리와 어울릴수 있는지등 몇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통일이 될 가능성은 어떻게보십니까.
“숨을 길게 쉬면서 봐야할 것같아요..통일'이라는 말에는 단순히 .두개를 합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깃들여 있는 겁니다.평화공존은 통일의 중요한 과정입니다.이를 분단고착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북한은.남한이 있기 때문에'대폭적인 개혁.개방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그들의 단견이지만.” -본인이북한의 핵심당국자라면 김정일에게 어떻게 건의하시겠습니까.
“개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건의하겠습니다.일본 바쿠후(幕府)시절 에도(江戶)성을 메이지(明治)유신군에게 무혈로 내준 가쓰가이슈(勝海舟)같은 인물이 북한에도 나타나기 바랍니다..지면서이긴다'는 생각을 북한은 가져야 합니다.” -우리 대북정책이 무원칙하고 즉흥적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우리 정책이 잘됐다,못됐다를 북한대응에 따라 봐서는 안됩니다.95년 쌀제공도 북한이 인공기사건 선원억류사건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잘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겁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최고책임자로서 불필요한 대북관련 발언을 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스타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지도자의 유형을 보면 앞에서 이끄는 타입과 뒤에서 밀어주는 타입이 있는데 金대통령은 전자인 것같아요.어쨌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본질이 훼손된 사례는 없습니다.” <정리=안희창.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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