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 값 물어내라’ 담임 등친 여고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담임교사에게 학생지도 차원에서 금반지를 압수당한 여고생들이 자신들의 반지를 다시 훔친 뒤 분실책임을 물어 해당 교사에게 변상금을 받아내는 일이 생겼다.

17일 강원도 원주시 A여고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담임인 B교사는 3월 금반지를 끼고 등교한 여학생 5명에게 학생지도를 위해 금반지를 압수한 뒤 교무실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다. 여름방학이 되면 학생들에게 반지를 돌려주려던 B교사는 보관 중인 금반지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고, 학생들에게 70만원을 변상했다.

그러나 분실된 금반지는 이들 학생 가운데 2명이 6월 오전 일찍 등교해 교무실 창문을 통해 들어가 담임교사의 서랍에서 꺼내 4명이 나눠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부 학생은 변상 과정에서 금반지 값은 물론 정신적 피해보상 등을 들어 수십만원의 ‘합의금’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담임교사가 금반지 분실 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처한 사실을 안 한 학생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면서 밝혀졌다. 충격을 받은 A여고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 4명에 대해 퇴학처분을 하려 했으나 장래를 고려해 권고 전학을 결정했다. 결국 해당 학생 4명 중 2명은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갔고, 나머지 2명은 지난달 자퇴했다.

학교 측은 “반지와 귀걸이 등의 착용은 교칙에 따라 압수해 보관하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돌려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를 가져간 뒤 합의금까지 요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