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옥상정원 만들기’시동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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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구시 내당동의 암환자 재활전문 웰니스1004병원. 5층짜리 건물의 옥상에는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있다. 바짝 마른 잔디밭이 금세 흠뻑 젖는다. 남쪽 한 켠에는 나무바닥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벤치 4개가 설치돼 환자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차양도 있다. 잔디밭 가에 있는 소나무와 영산홍·홍단풍 등이 소공원을 연상케 한다. 잔디밭에는 평균 12㎝, 나무가 있는 곳엔 30∼40㎝ 두께의 흙이 깔려 있다. 정원의 넓이는 410㎡. 휑하던 옥상이 훌륭한 정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전체 공사비 8400만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4100만원은 대구시가 지원했다. 정윤성(43) 원장은 “환자와 주민이 쉴 수 있도록 정원을 만들었다”며 “마침 대구시에서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옥상 정원 만들기에 나섰다.

대구시 내당동 웰니스1004병원 환자와 직원이 옥상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시의 지원으로 웰니스1004병원과 보나유치원 등 5곳의 옥상이 최근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전체 면적은 1550㎡(460여 평). 64명의 옥상 정원 만들기 사업 신청자(기관·단체·개인) 중 안전진단 등을 거쳐 선정됐다. 이들 5곳에는 전체 공사비의 절반인 2억3000만원이 지원됐다.

대구시가 옥상 정원 조성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녹지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대구의 ‘폭염’을 누그러뜨려 보자는 취지다. 시는 담장 허물기와 1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통해 자투리 땅을 녹화해 왔다. 웬만한 곳에는 모두 나무를 심었다. 권영시 대구시 조경담당은 “땅을 매입하지 않고 소공원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옥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효과도 크다. 시에 따르면 콘크리트 주택의 옥상에 정원을 만들면 6.4∼13.3%의 난방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도 비슷하다. 기온이 30도일 경우 콘크리트 옥상 표면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지만 정원이 설치돼 있을 경우 26∼27도를 유지해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옥상 정원은 이산화탄소·이산화질소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산소를 방출해 대기를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산성비와 자외선을 차단해 콘크리트의 부식을 막고 소리 파장을 흡수해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경북대 김용수(조경학) 교수는 “옥상에 정원을 만들면 환경 보호, 에너지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독일 등 선진국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옥상 녹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 주변 옥상에 정원을 만들면 헬기로 중계 방송을 할 때 미관을 살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담당은 “건축조례나 조경조례를 개정해 옥상 정원 설치의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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