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하자지의 발을 묶어라’ 19년 무승 징크스 탈출의 열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한국시간) 결전의 장소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입성했다. 한국은 20일 오전 1시35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월드컵 최종 예선 B조 3차전을 벌인다.

19년간 사우디에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한국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중대 고비에서 사우디와 맞닥뜨렸다. 내심 조 1위를 노리는 두 팀은 팽팽하게 맞서 있다. 이란까지 포함해 세 팀이 나란히 1승1무. 한국이 골 득실 차(한국 +3, 이란·사우디 +1)에서 앞서 1위지만 20일 사우디전 결과에 따라 3위로 추락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번이 원정경기인 만큼 무승부라도 거두겠다는 내심이지만 최근 사우디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만만치 않다.

◆‘나예프 하자지를 경계하라’= “태국 평가전 때 교체돼 들어와 결승골을 넣었다. 바레인 평가전에서도 크로스를 잘라 첫 골을 넣더니 두 번째 골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감각적으로 만들어냈다.”

허정무 감독은 사우디 신예 공격수 나예프 하자지(20·알이티하드·사진)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 최근 사우디의 ‘한국킬러’ 야세르 알카타니(26·알힐랄)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빠진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알카타니가 빠진 자리에 하자지가 들어왔다. 자국 청소년대표와 올림픽 대표를 거친 하자지는 자국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분에 최근 사우디 대표팀에 합류했고,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3골을 잡아냈다.

스트라이커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1m75㎝) 스피드와 위치 선정, 돌파 능력이 좋다. 리야드 현지에서 사우디 평가전을 관전했던 정해성 수석코치는 “탄력이 좋고 문전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이 위협적”이라며 “집중력이 대단히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강력한 압박으로 막아낸다’=허정무 감독은 하자지를 막기 위해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15일 카타르 평가전에서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 간의 커버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시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측면에서 하자지에게 투입되는 크로스를 사전 차단하는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소속팀 일정을 마친 박지성(맨유)·이영표(도르트문트)의 합류로 허 감독의 이런 전술은 더욱 안정감을 찾을 전망이다.

빠르고 압박도 심한 빅리그 스타일에 익숙한 두 선수가 자신들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물론 하자지에 대한 이중봉쇄도 맡게 된다. 자유롭게 포지션을 이동하는 박지성이 전방에서 하자지의 발을 묶는 1차 저지선 역할을 맡게 되며, 이영표가 후방에서 2차 방어선을 구축하게 된다.

사우디전은 두 선수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각별하다. A매치 73경기에 나와 9골을 기록 중인 박지성은 열 번째 골에 도전한다. 이영표는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게 된다. 두 선수는 리야드로 직행하는 대신 카타르 도하로 와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루라도 빨리 대표팀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박지성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잘 준비해 반드시 승점 3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리야드=오명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