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가뜩이나 빚 많은데 대량 해고 땐 장기 불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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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아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보통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감원을 고려한다.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분석한 우리나라 가계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면 감원이 기업에 반드시 정답일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은이 6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대출금은 연봉의 거의 두 배(1.97배)에 가깝다. 또 이들이 갚아야 할 원리금은 연봉의 20.7%나 된다. 이런 상태에선 감원의 충격이 더욱 커진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의 기업체 간부가 1억원의 빚을 안은 채 해고될 경우 이렇다 할 소득 없이 매달 약 90만원의 원리금을 감당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집을 줄이거나 전세로 바꿔 빚을 갚아야 한다.


또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6월 말 현재 45%로 지난해 말(43.3%)보다 높아졌다. 30%대인 미국·영국, 20%대 초반인 일본에 비해 높다. 게다가 빚은 더 늘지 않는다 해도 금융위기 탓에 자산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비율이 계속 높아지면 빚을 갚기 위해 집이나 땅과 같은 실물자산을 처분해야 한다.

한은은 최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지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원으로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기업은 내보낸 직원들의 소속 사업부나 생산라인 전체를 접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번 일터에서 내몰리면 재취업하기가 힘들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단기적인 경비절감을 위해 대량 해고하는 것보다 임금을 조금씩 줄여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경기를 떠받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 차원의 단기대응이 자칫하면 전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도 “일자리 나누기(job-sharing)를 통해 근로자들이 일정한 수입을 확보해 급격한 계층 하락을 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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