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개혁 이끈 쉬즈훙 퇴임 … 학생들 대자보 붙여 존경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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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쉬즈훙(左) 총장이 14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저우치펑 신임 총장에게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을 전달하고 있다. 총장 이·취임을 올림픽 성화 주자 릴레이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믿습니다. ‘보이지 않는 날개(隱形的翅膀)’라는 노래 가사처럼 여러분의 마음 속에도 여러분을 미래로 이끌어줄 희망의 날개가 있다고.”

9년간 베이징대의 개혁을 이끌어온 쉬즈훙(許智宏·66) 총장이 14일 정년 퇴임했다.

생물학자로서 중국과학원 부원장으로 근무하던 1999년 11월 총장에 취임하면서 그는 “베이징대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만들자”고 개혁을 강조했다. 그의 주도로 차이위안페이(蔡元配) 전 총장의 이름을 딴 일류대학 프로젝트인 ‘위안페이 계획’이 착착 추진됐다.

그는 “세계 일류대학에는 일류 교수와 학생이 있어야 한다”며 교육여건 개선에 힘쓰고 경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해외 석학을 적극 영입했다.

이임식장을 가득 메운 교수와 학생은 쉬 총장의 이런 개혁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가 떠난 뒤 제자들은 ‘총장 할아버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글귀를 담은 대자보를 붙여 존경을 표했다.

쉬 총장은 퇴임을 앞두고 두 가지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 그는 교수와 학생에게 편지를 보내 “창장(長江)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고 나가듯 새로운 인물이 옛 사람을 대신하는 것은 인류사회발전의 법칙”이라며 중단 없는 노력을 당부했다. 퇴임 사흘 전에는 학생 기숙사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공부하는데 불편함은 없느냐”라고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챙기며 즉석에서 학생들과 함께 대만 여가수의 노래 ‘보이지 않는 날개’를 불렀다.

쉬 총장의 후임에는 후난(湖南)성 출신으로 베이징대 화학과를 졸업한 저우치펑(周其鳳·61) 지린(吉林)대 총장이 부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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