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코너>文體학습-기사를 여러 문체로 바꿔 써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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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화려체.간결체.우유체….
아직도 문체를 이렇게 설명하는 경우가 흔하다.하지만 모든 글의 문체를 단지 몇가지 범주로 명백하게 규정할 수 있을까.만일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과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신문을 활용해 바람직한 문체학습을 해보자.
문체란 쉽게 말해 운율이나 문장 구조,특정 어휘,수사학 등에걸쳐 폭넓게 드러나는 글의 특성이자 글쓴이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따라서 글을 읽거나 쓸 때 문체를 면밀히 살펴보고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살아있는 각양각색의 글들이 날마다 실리는 신문이야말로 매우 훌륭한 문체학습 교재.우선 신문을 읽으며 기사의 종류나 글쓴이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는 문체들을 살펴본다.문체란 독자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려는 글쓴이의 노력이 란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 김성호 수석논설위원의 칼럼.세상보기'도 아주 좋은 예다.매주 토요일 나름대로 주제를 정해 제시하는 세평들이 대부분의 다른 기명칼럼들과 달리 파격적인 형식과 문체를 과시한다.
최근.서울-멕시코 핫라인'(96년 12월21일자) 이란 제목으로 쓴 칼럼만 해도 두사람이 전화로 대화하는 형식을 빌렸다.독자들은 미국 증권회사의 멕시코 지점장과 그 회사의 서울 지점장이 나누는 가상의 전화내용을 살짝 엿듣는 식으로 한국 경제의 어려운 현실과 관련한 필자의 생각을 짚 어볼 수 있다.또.믿거나 말거나 96년'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96년을 결산하는 좌담회 장면을 그대로 전하는 형식을 살려 기막힌 정치.사회 현실을 해학적으로 꼬집는다.국어 교과서에서 다루는 비유나 역설이 생생히 살아숨쉬는 문장을 구 사하면서 어려운 주제라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다양한 종류의 기사들을 서로 다른 문체로 바꾸어 써보는 것도신문을 가지고 문체를 익히는 좋은 방법이다.이를테면 일반기사를동화로,사설을 극본으로,연재소설을 기사문으로,성명서를 광고문으로 자유롭게 바꿔보는 것이다.이 때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에 맞춰 문장의 길이를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늘리고,종결어미를 다양하게 바꿔보거나 특정한 성격의 낱말들을 집중적으로 써보도록 한다.이런 방법은 장르에 따른 글의 특징을 쉽게 이해시키고 글쓰기능력도 강화시키는데 상당한 도움 이 된다.
그러나 신문기사의 문체는 게재 지면의 성격과 깊이 연관되기도한다.예컨대 문화면 기사들이 경제면 기사들보다 자유로운 문체로쓰여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따라서 지면 성격과 관련해 신문을 읽는 것도 신문매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지름길이 다.
끝으로 몇십년전의 신문들을 구해 오늘날의 신문들과 비교해보는것도 흥미진진한 문체학습 관련 NIE활동이다.
지도=허병두〈서울숭문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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