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주목받는인물>5.사담 후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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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담 후세인(59) 이라크대통령은 올해를 조용히 넘길 수 있는가.이라크가 조용하면 적어도 중동에서 사막의 폭풍은 일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여전히 주목거리다.
대다수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올해 후세인이 허물어진 국내경제를 치유하느라 내치에 전념할 것으로 점치면서도 그의 변덕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최근들어 후세인은 무모한 전쟁도발과 가차없는 정적(政敵)학살로 악명높은 이전의 이미지를 탈색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는모습이 역력하다.그는 지난해 11월 부분적인 석유수출 재개를 허용받기 위해 유엔이 요구한 까다로운 조건들을 전격 수용했다.
그의 결정은.경제주권의 포기'나 다름없었다.6개월마다 20억달러어치의 석유를 내다팔 수 있게 됐지만 한푼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유엔 사찰팀의 철저한 감시아래일부 의약품과 식량만을 구입키로 약속한 것이다.올들어선.결사항전'의 대상이었던 미국에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있다.그는 4일 정부기관지를 빌려“올해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첫 조치들이취해질 것이며 이는 전면적인 경제제재 해제로 이어지게될 것”이란 뜻을 밝혔다.이 는 미국이 관계정상화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장거리미사일등 대형 살상무기의 폐기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아울러 그는 프랑스.중국.러시아등에유전개발권을 잇따라 주면서 유엔에서 경제제재 해제에 도움을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후세인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무엇보다 6년간의 유엔제재로 경제가 더이상 버티기 힘든 폐허상태로 빠졌기 때문이다.게다가 최근엔 국민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반정부 세력들이 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장남 우다이 후세 인이 총격을받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래서인지 후세인은 적대국 이란과의 관계도 최근에 포로교환 교섭이 나올 정도로 개선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후세인이 달라졌다고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중동에서의 리더십을 장악하려는 과대망상이 치유되지 않는한 언제,어떤 모습으로 얼굴을 바꿀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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