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수출만 순익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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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상장.등록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심해지는 경기 양극화 현상을 반영, 수출 업종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지만 내수 업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1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50개사의 올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148조여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났고, 순이익은 14조원으로 같은 기간 100%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적인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지만 수출 업종과 내수 기업 간에 명암이 엇갈렸다.

제조업은 매출액이 14.6% 증가하고, 순이익이 85.1% 늘어나 겉보기에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순이익(3조1388억원)을 빼고나면 제조업 전체의 순이익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제조업 전체가 좋아졌다기보다는 삼성전자 때문에 제조업 전체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운수장비업종은 자동차 판매 촉진을 위해 특소세 인하조치를 내렸는데도 순이익이 7.7% 감소했다. 이 밖에 통신업의 순이익이 42% 줄었고, 주택건설 경기 위축으로 건설업의 순이익이 19%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내수 업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삼성전자가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은 휴대전화.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정보기술 시장의 호황에 따라 순이익이 무려 267.9% 증가했다. '중국 쇼크' 이전 중국 특수를 누렸던 철강 및 금속업종과 화학업종의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금융업은 1분기 중 흑자로 전환했으나 신용불량자의 증가와 소비 둔화의 여파로 순이익 규모가 8149억원에 그쳤다.

코스닥의 경우 12월 결산법인 706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12조여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3% 늘어났고, 순이익은 5612억원으로 139.8% 증가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수출 호황이 내수로 옮겨와야 체감경기가 호전되겠지만 대외 경제 여건 악화로 기업 실적이 2분기를 정점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최근 주가 하락은 기업의 실적 전망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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