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주35시간 근로 "원하는 사람들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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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프랑스가 주 35시간 근로제를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사르코지 경제재무장관은 17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과 재정적자 감축,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주 35시간 근로제를 대폭 손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떠오르는 '1사 양제(兩制)'=사르코지 장관은 "한 기업에서 일주일에 35시간 일하기 원하는 사람과 그 이상 일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두 가지 근로체계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규정을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들은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는 또 기업 경쟁력과 개인 구매력이 감소하는 것과 별도로 엄청난 재정 부담 때문에라도 35시간 근로제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35시간 근로제로 프랑스 정부가 져야 할 재정 부담은 연간 110억유로(약 1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이날 "35시간 근로제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확신해본 적이 없다"며 "이는 성장과 고용.임금에 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실패한 실험' 35시간제=프랑스는 사회당 출신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시절인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 법 제정을 통해 법정 주당 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1998년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마르틴 오브리는 32년부터 82년까지의 통계를 근거로 900만명의 정규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10% 줄이면 추가 비용 없이 약 7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추산을 사용자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애초 법안이 목표했던 실업문제는 정식 법안이 발효된 직후인 2001년부터 악화됐다. 노동자들도 근로시간 축소로 업무 강도가 세지고 업주들이 장래 임금 동결 방침을 발표하자 전국적인 파업을 일으켰다. 이는 결국 사회당의 실권으로 이어졌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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