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최후의 역습도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제6보 (97~112)]
白.劉昌赫 9단 黑.安祚永 8단

劉9단은 밀린 대국에다 중국리그가 겹쳐 새벽 비행기로 중국을 오가느라 바쁘다. 전에 있던 윈난(雲南)팀에서 산둥(山東)팀으로 옮겼는데 성적이 어떠냐고 묻자 "전패를 당하고 있습니다"고 한다.

劉9단이 전패라는 얘기가 아니라 팀 동료인 마샤오춘(馬曉春)이 전패이고 차오다위안(曹大元)도 계속 지고 있어 팀 성적이 형편없다는 뜻이었다. 10년 전 세계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했던 마샤오춘이란 귀재도 이창호9단과의 혈투에서 몇번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더니 영 딴사람이 되고 말았다.

馬9단은 그래서인지 이제 겨우 40세이건만 마치 아득한 옛날 사람으로 느껴진다. 승부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충격에 강한 심장과 뇌를 지녀야 하는 것 같다.

劉9단이 전보 백△로 끊어 최후의 반격을 시도한 장면이다. 하변 백대마가 미생이라 위태롭지만 지금 형세는 한가롭게 목숨 보전에 연연할 수 없다. 그러나 안조영8단은 97, 99라는 간단하면서도 통렬한 맥점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흑은 연결고리가 매우 취약해 한방에 요절이 날 것 같은 모습이지만 백은 끊을 수 없다.

'참고도' 백1, 3으로 끊었다가는 흑6으로 간단히 촉촉수.

그래서 이번엔 100, 104로 하변을 크게 포위했지만 109가 또한 날카롭다. 막으면 끊는다는 협박(?)에 110 굴복하자 이곳 실리도 흑에게 넘어가버린다. 112로 살면서 劉9단은 드디어 체념의 빛을 드러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