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산물 북한산 위장밀출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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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산 농산물과 한약재를 북한산으로 속여 밀수입한 사건은 북한산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제도'와 북한산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한 조직적인 범행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밀수과정에 북한의 해외기관까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외화(外貨)벌이에 혈안이 된 북한의 심각한 경제사정을 짐작케 해준다.
서울세관이 가짜 북한산 한약재가 서울 경동시장등에 나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94년초.그로부터 15개월에 걸친 내사끝에값싼 중국산에 북한 원산지 증명을 붙여 밀수입한다는 혐의를 포착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 당국이 발행한 원 산지 증명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결국 수사 요원들이 다시 1년에 걸쳐 용의자 주변을 잠복.미행해 증거들을 확보했다.
이들은 값싼 중국.러시아산 농산물과 한약재를 사들여 철도를 통해 북한지역을 거친뒤 선박으로 인천항으로 반입해 관세를 포탈하는 수법을 써왔다.
밀수 총책인 코넥스무역 대표 정근철(鄭根哲)씨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북한 무역대표부 장수일을 끌어들여 북한의 공식기구인 조선대외상품검사위원회 명의의 원산지 증명서까지 첨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鄭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중국산 녹두 5백6등 총 2천8백32만달러 어치의 가짜 북한 물품을 밀수했다.녹두외에 주요 밀수 품목은 중국산 참깨 4백64(25억원),들깨 1백2(2억8천만원),로열젤리 27(1백13억원),호도 6백4(1 5억원)등이며 잣.결명자.구기자.오미자등도 포함돼 있다.또 러시아산 사향2백30㎏(1백30억원),러시아.중국산 녹용 7(91억원)등도같은 방법으로 밀수했다.
김포세관 관계자는“중국산 농산물의 경우 녹두에는 8백18%,참깨에는 6백%의 특별 긴급관세가 붙는데 비해 북한산은 내부 교역으로 비과세 대상”이라며“북한산의 경우 원산지 증명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까지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이 농산물이 신의주에서 남포까지 운송됐으며 산지 증명서 외에도 북한에서 발행된 계약서와 선하증권.송품장.송금지시서까지 갖춘 것으로 미뤄 북한이 외화벌이 차원에서조직적으로 밀수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관측은 북한산으로 반입된 농산물.한약재의 60~70%가 중국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광물의 경우도 상당부분 러시아산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원에 따르면 89년 남북교역이 시작된 이래 지난해 6월까지 교역액수는 11억2백만달러며 이중 북한에서 남한으로 반입된액수는 9억5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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