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對韓밀수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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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와 짜고 4백억원대의중국및 러시아 농산물과 한약재를 북한산으로 위장해 밀수입,1백50억원의 관세를 포탈한 한국인 국제밀수 조직원 17명이 세관에 적발됐다.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의 해외 주재원들이 마약이나 전자제품등을밀수하다 적발된 일은 있으나 한국인과 공모,남한으로 밀수품을 넘기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서울세관은 5일 북한 물품에 대해선 관세가면제되는 점을 악용해 북한 무역대표부의.원산지 증명'을 받아 11종의 농산물.한약재를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등)로 코네스무역 대표 정근철(鄭根哲.43)씨등 5명을 구속하고 녹두 2백4 1과 녹용 5백27㎏을 압수했다.
세관은 또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등에게 외화를 불법 송금한 혐의로 김미화(金美花.30)씨등 8명을 입건하고 밀수입한 농수산물을 보관.운송한 혐의로 이호천(45)씨등 4명을 수배했다.
세관측은 鄭씨등이 94년 대북교역 활성화 조치로 북한 물품에대해 관세가 면제되자 베이징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겸 조선대성제팔무역회사 사장인 장수일과 중국산 농산물등을 북한을 경유해 국내에 반입키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 혔다.
이에따라 鄭씨등은 94년 11월부터 96년 9월까지 중국산 녹두 5백.호두 6백.녹용 7천8백㎏등과 러시아산 사향 2백30㎏등 모두 4백억원어치의 농산물과 한약재를 북한산으로 속여 국내로 들여와 1백50억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다 .
이들은 중국산 농산물.한약재를 북한산으로 위장하기 위해 중국헤이룽장(黑龍江)성에 집결시킨 물품을 북한의 신의주→평양→남포항을 거쳐 인천항으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 1면.밀수'서 계속 ] 특히 이들은 북한 경유 과정에서 북한의 대외무역총회사.조명선사장'명의로 발급된.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한 것으로 밝혀졌다.세관 조사결과 鄭씨등은 장수일사장등의 명의로 개설된 동남아지역 6개국 은행계좌에 물품대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했 으며 이중 싱가포르 송금 계좌는 장수일의부인 명의 계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들은 인천 보세장치장 두곳의 간부들과 짜고 초과 반입한 농산물을 세관 검사전에 무단 반출하고 뉴질랜드에서 정식 수입한 한약재등은 신고가격을 낮춰 15억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외형적으론 국내의 밀수조직과 베이징 주재 무역대표부 대표가 짜고 밀수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북한의 원산지 증명서까지 첨부되는등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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