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법인장 “반한,혐한 감정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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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에서 지난해 최초로 중국에 법인을 설립해 올해 흑자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 중국 법인이 설립 1주년(12일)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은행측은 혐한(嫌韓)감정과 반중(反中)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하기 위해 의미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김희태(金禧泰) 우리은행 중국 법인장은 12일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서울대와 베이징(北京)대에 각각 140여권과 100권의 책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우리은행은 대형 호텔이나 음식점을 빌려 중국 각계 인사들과 고객을 초청해 법인 설립 1주년 축하행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면서 화려한 행사를 피하고 내실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김 법인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면서 중국에서 혐한 정서가 표출된 것을 목격했다"며 "중앙일보의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다가가기)운동의 취지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중국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을 보내는 방법을 두고 우리은행측은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이 서울대학 중문학과와 베이징대학 한국어문학과에 "상대방 학교에 보내줄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것.

이에 따라 베이징대학 한국어문학과측이 중국의 대표적 석학 지셴린(季羨林)교수의 책 등 140여권을 추천했다. 서울대 측에서도 '조선의 선비를 찾아서'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등 100권의 도서를 추천했다. 이 목록을 기초로 우리은행 중국법인은 도서를 구입해 양측 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다. 중국의 책들은 마침 곧 문을 여는 서울대 내 인문대 도서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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