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표류하던 부탄 난민 문제 … 선진7국 재정착 방식으로 돌파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네팔의 부탄 난민촌은 항구적인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투입된 시험장입니다.”

미켈레 만카디니사(사진) 유엔난민기구(UNHCR) 네팔사무소 부대표는 10일 네팔 카트만두 UNHCR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7년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던 부탄 난민 문제가 제3국 재정착 방안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미국이 6만 명, 호주·캐나다가 5000명씩 수용하는 등 7개 인권 선진국이 8만 명 이상의 난민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합의해 부탄 난민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정착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1990년대 인도 정부의 중재로 네팔·부탄 정부 간 접촉이 있었으나 합의점을 못 찾았다. 그 이후 해법을 못 찾고 시간만 흘렀다. 재정착은 항구적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고착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지렛대 역할인가.

“재정착을 통해 많은 난민이 이주하면 부탄으로의 귀환이나 네팔 정착 교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부탄 귀환이나 네팔 정착을 기대해도 되나.

“재정착을 통해 난민 규모가 줄면 네팔·부탄도 부담이 줄지 않겠나.특히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눈을 감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위해 부탄 측도 유동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탄에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설득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매년 8000명 이상 재정착을 위해 떠날 예정이라고 들었다. 언제 가능한가.

“UNHCR은 이르면 내년 중 최초의 부탄 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카트만두(네팔)=정용환 기자


부탄 난민은 누구
19세기 말 생계 위해 부탄 간 네팔인들
부탄정부 탄압에 1990년 돌아와 정착

1990년 네팔 출신 부탄 정착민인 로트샴파트스족 수천 명은 부탄 정부의 탄압이 심해지자 네팔로 피신했다. 이들은 19세기 말 생계를 위해 네팔에서 부탄으로 건너가 농업·상업 분야에서 성공하며 터전을 닦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중산층을 형성했던 네팔계 사람들은 부탄의 절대왕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집단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이후 수년간 8만 명이 넘는 네팔계 부탄인들이 네팔로 피난해 지금은 난민촌 인구가 10만8000명에 이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