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97년의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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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를 넘기기 직전 어렵사리 마무리된 잠수함 사태 관련 합의는힘든 협상에 간여했던 이들에게는 분명 안도할 만한 일이었다.그러나 이같은 안도감이 오래 가지 못할 것임을 많은 이들이 예고하고 있다.더욱이 곧 닥칠 난제(難題)들은 바깥 의 도움만으로해결할 수 없는 북한체제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 것들이라 더욱곤혹스럽다.
그 가운데 실질적 의미에서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몰고올 4자회담 논의는 올해 한국외교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참여할국가들이 늘어나는 까닭에 우리 외교의 전략적 사고 또한 입체화돼야 한다.특히 한반도 장래와 관련,미국과 중국 의 이해타산에대한 냉철한 이해가 우선 요구된다.이때 주의할 일은 혹시나 한국이 미.중(美.中)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행사할 수있을 것이라는.장밋빛 착각(錯覺)'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심정적으로 미국에 편중된 외교에서 벗어나 왠지 가깝게 느껴지는 중국에 기우는 외교가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적어도 현시점에선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미.중 관계는 클린턴 집권 4년내내 미국을 괴롭혔던 문제다.그나마 지난해 여름 앤서니레이크 안보보좌관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對中)정책이 중심을 잡기 시작했지만 올 7월 홍콩반환을 즈음해 또 한차례 양국관계의 격동이 예상된다.
이 와중에 한반도 문제 논의가 실종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미.중 양국관계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일본에 대한.세련된'관심도 중요하다.적어도 밖에서 보는한.일(韓.日)관계는 21세기 동북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중.일(中.日)관계를 제외한다면 한반도 통일과정과 그 이후가장 심각한 문제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미(北.美)관계가 정상화의 틀로 접어드는 반면 북한의 장래는 갈수록 혼미(昏迷)해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도 복선화(複線化)되고 있다.북한내 급변사태 대비는 물론이고 이를 억지하기 위한 대북한 관계 개선 노력은 미국의 뒤를 바짝 쫓을 것이다.일본의 행보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보다 한.일간 내실있는 전략적 대화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셋째,올 한해 북한내 사정이 급작스레 나아질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초조한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가다듬어야 한다.대선(大選)을 앞두고 나라 안의 혼란이 불가피한 마당에 대북자세의 계속되는 혼선(混線)은 정권차원의 우려만 이 아니다.
남북한 모두 주변국과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한해가 될 것 같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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