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46. 매디슨스퀘어가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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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렸다. 매디슨스퀘어가든은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스타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돈나의 공연도 열렸고, 클린턴과 고어가 대선후보 경쟁을 벌인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되기도 한 곳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1993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제1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경기장 노조의 힘이 얼마나 센지 대관을 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규칙을 모두 따라야 하고, 사용료도 무척 비쌌다. 의자 하나, 시설물 하나 옮기는데도 돈을 내야 했다. 그곳 사장과 인사한 적이 있는데 사장의 권한도 한계가 있었다. 이곳에서 대회를 열려다 포기한 연맹도 많았다.

신생 종목 태권도가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박연이·박연환 사범이 애를 많이 썼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태권도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TV 중계가 필요했다. ABC와 계약했다. 한 시간 동안 녹화방송을 하는 조건으로 25만 달러를 지불했다. 지금은 올림픽 공식종목인 태권도가 IOC로부터 4년간 650만 달러의 TV 분담금을 받지만 당시에는 자체 예산을 써야 했다.

93년 8월 매디슨스퀘어가든은 세계 태권도인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90여 개 국 선수단이 참가했고, 미국 현지 사범들도 많이 참관했다. 서울에서 온 타이거시범단이 태권도 진수를 보여줬고, 경기는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관중석은 연일 매진이었다. TV 중계 효과도 만점이었다. 시청률이 16%가 나온 것이다. 미국은 채널 수가 많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가 그리 흔하지 않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골프나 테니스 시청률보다 높았다. 태권도가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과 동양 무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94년 파리 IOC 총회에서 태권도의 정식종목 채택을 염두에 두고 있던 나는 우리를 도와줄 만한 IOC 위원들을 초대했다. IOC 스포츠국장 길버트 펠리, 미국 IOC 위원 애니타 프란츠, 애틀랜타올림픽 조직위원장 빌 페인, 미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앤더슨, 그리고 강가(콩고)·로드리게스(아르헨티나)·산탄데르(칠레)·멘도사(콜롬비아)·아로요(에콰도르) 등 IOC 위원들이 대회를 참관했다. 태권도 기반을 착실히 다진 것이다.

올림픽 시범경기만 보다가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대규모 선수권대회를 보면서 이들은 태권도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꾼 것 같았다. 어떤 종목의 세계선수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국제스포츠로서의 태권도 위상을 확인한 이들은 나중에 IOC 총회에서 확실한 우군이 돼 주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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