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량 라면·과자 TV광고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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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앞으로 한 번 먹는 분량이 200㎉가 넘는 과자나 500㎉가 넘는 라면은 학교에서 팔 수 없다. 어린이나 가족이 주로 TV를 시청하는 시간대에는 광고도 금지된다. 제과 등 관련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 안을 다음 주 중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행령 안에 따르면 어린이가 즐겨 먹는 과자·라면·햄버거 중 ‘고열량 저영양’으로 분류된 식품은 학교 내 집단급식소나 매점에서 팔 수 없다. 또 오후 5~9시 사이에는 TV 광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금지 시간대 외에도 만화·오락 등 어린이 상대 프로그램 중간에는 광고가 금지된다. 어린이에게 잘못된 식습관을 조장하는 광고 내용은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된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기준은 이렇다. 과자류 중 ‘1회 제공량’이 200 ㎉ 이상이면서 단백질 등 영양 성분이 낮은 식품, 단백질·필수지방산 등 필수 영양 성분이 들어 있어도 1회 제공량의 열량이 400㎉ 이상인 제품 등이다. 식사 대용 식품으로는 나트륨 성분이 600㎎ 이상 들어 있으면서 1회 제공량당 열량이 500㎉ 이상이거나 나트륨 양이 많지 않더라도 1000 ㎉ 이상인 제품이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됐다. 복지부는 열량 외에도 당이나 포화지방이 너무 많은 식품도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구분할 계획이다.

복지부 측은 “시행령 안이 정한 ‘고열량 저영양’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현재 어린이 기호식품의 20% 이상이 해당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소비자 여론수렴을 거쳐 시행령 안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롯데·해태·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의 상당수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과업계는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 판매·광고 제한을 하는 것은 2중 규제라는 것이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과자·라면 같은 공산품이 아니라도 열량이 높은 식품이 많은데 일부 제품군에만 이런 규제를 가하면 소비자에게 특정 제품군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과업체 측은 “시중에 유통되는 가공식품은 당국이 안전하다고 인정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차후는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하·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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