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모임 “차라리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아가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영화감독들이 탤런트 고 최진실을 추모하면서 “정체불명의 네티즌의 과도한 권력에 오염된 인터넷 공간이 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감독 네트워크 대표인 이현승 감독과 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김대승ㆍ봉준호ㆍ정윤철 감독은 12일 한국 영화감독 웹진 ‘디렉터스 컷’ 최신호에 기고한 ‘최진실을 보내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감독 일동은 최진실을 진정 아픈 마음으로 떠나 보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미국의 배우 말론 브란도는 마약을 하고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악성 루머성 보도가 나와도, 그가 ‘대부’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에서 대중에게 주었던 기쁨과 슬픔을 생각하며 그를 이해하고 감싸려던 미국 시민이 더 많았음을 기억한다”면서 “과연 우리는 그런 것이 불가능한 국민인가”라고 적었다.

글을 기고한 감독들은 “우리 감독들은 대체 가능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배우는 대체할 수 없다. 그만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들이 연기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영화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이며,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발언을 억압하는 것에 대해 싸워 왔다. 하지만 이은주에 이어 최진실 마저 보내게 된 상황을 생각하면 이것이 과연 진정한 언론의 자유이자, 표현의 자유인가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에 유포되는 악성 글들은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이처럼 인터넷이 서로에게 소통의 장이 아니라 침 뱉는 장소가 된다면 우리는 차라리 아날로그로, 펜으로 편지 글을 쓰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독들은 “이번 사태가 정체불명의 네티즌이 과도한 권력으로 세상을 몰아가 거짓 정보와 무책임한 인신공격으로 오염됐던 인터넷 공간이 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그리고 예술가 배우들을 좀 더 관용적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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