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표류싸고 막판까지 줄다리기-南北접촉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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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잠수함 사건처리를 위한 북.미간 뉴욕접촉 결과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떨떠름해 하지만 정부관계자들은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이라며 자위하고 있다.
…잠수함 사건의 두 당사자인 남북한을 미국이 중간에서 중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뉴욕접촉은 지난 9일 1차접촉부터 29일 10차 접촉까지 총 50여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으로 진행.이형철 북한외교부 미주국장과 마크 민턴 미 국 무부 한국과장을 대표로 양측에서 각각 3명씩 참가한 이번 연쇄접촉은 사과문제를 둘러싼 남북한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몇차례의 결렬위기를 맞는등 파란의 연속이었다는 후문.특히 이형철이 전권을 갖지 못한 채 협상에 참석,사과 문안 과 형식에 진전과 변화가있을 때마다 일일이 평양당국의 훈령을 거쳐야 하는 바람에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했다는 것.
…이번 협상의 분기점이 된 것은 지난 19일 오후 민턴 과장이 북한 대표단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자정을 넘겨가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5,6차 협상.
이형철은 비로소 본격적인 협상카드를 내밀며“내 이름으로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감을 표명하면 어떻겠느냐”며 구체적인 양보안을 내놓기 시작.그러나 북한은 사과성명을 영문으로 할 것을 고집 ,국.영문 동시발표를 주장하는 한국측과 막판까지 대립.결국 북한은 29일 사과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중앙통신을 통해 영문성명을 먼저 낸뒤 13분후 평양방송을 통해 국문성명을 발표하는 치밀함을 과시.
…북.미 뉴욕접촉이 10차례나 거듭되며 질질 끈 것은 잠수함사건에 대한 사과문제보다는 북한의 3자 설명회 참석 조건을 둘러싼 절충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정부 당국자는“사과문제는 접촉 전반기에 그 형식과 내용에 대 해 기본틀이 잡혀졌고,그 이후엔 부분적인 표현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고전언.그러면서“ 시간이 더 소요된 쟁점사항은 3자 설명회 개최를 놓고 미국이 북한에 줄.선물'의 내용이었다”고 소개.결국 북한은.못된 짓'을 한 덕분에.선물 '을 받은 격이 됐다.
…사과문안 협상의 마지막 고비는.잠수함 침투'(우리측)와.잠수함 표류(북측)'를 둘러싼 줄다리기.정부는 지난 10월 유엔안보리의장 성명채택 당시.잠수함 사건(submarine incident)'이라는 표현으로 곤욕을 치렀던 점을 감안,.침투'라는 용어를 삽입하자고 주장.그러나 북한측은 잠수함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표류'라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침투'는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강경입장을 견지.그러다 양측이 한발씩 양보,.침투'와.표류'를 모두 삭제한.잠 수함 사건'으로 일단락 됐다는 것.

<안희창.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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