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씨등 20명 페루인질 또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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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리마=김동균 특파원]페루 일본대사관저에 11일째 억류돼 있던 재일 한국인 이명호(李明鎬.32.일본 미쓰비시상사 페루지사 부사장)씨등 인질 20명이 28일 오후4시55분(한국시간 29일 오전6시55분) 석방됐다.
〈이명호씨 단독인 터뷰 23면〉 이날 석방된 인질 가운데는 李씨외에도 아메드 모흐타르 셀라트 말레이시아대사.호세디아즈 발데파레스 도미니카대사등이 포함됐다.이로써 일본 대사관저에억류중인 인질은 83명으로 줄었다.
풀려난 직후 李씨는 기자들과 만나“이제는 여기서 죽는구나”하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당시의 절박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李씨는“처음에는 빵등 비상식량밖에 못먹고 통행도 제한돼괴로웠으나 적십자사가 음식을 제공한 뒤로는 괜찮았다”며 억류상황을 설명하고“테러범들이 부드럽게 대해줘 큰 위협은 없었다”고 밝혔했다.
이날 인질석방은 앞서 반군측과 정부측이 첫 접촉을 가진뒤 이뤄진 것으로 인질사태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는 이날“인질의 추가석방은대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은 게릴라들이 무기를 버리고 인질들을 전원 석방하지 않는한 어떤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사태 해결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와 관련,종신형을 받고 복역중인 게릴라지도자 빅토르 폴라이의 어머니가 게릴라와의 28일 교섭중재를 자임하고 나서 사태해결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리마시 몬테리코 소재 2층 자택에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폴라이의 어머니 오틸리아 캄포스 데 폴라이(68)여사는“내가 마지막 카드로 중재자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억류중인 83명의 인질중에는 아오키 모리히사(일본).호르헤 구무시오(볼리비아).호세 에두아르도 마르텔(온두라스)등 대사 3명을 비롯해 프란시스코 투델라 페루 외무장관등 정부요인과 후지모리 대통령의 동생 페드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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