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파업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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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본주의체제에서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다.갈등과정에서 파업은 노동자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단결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것이지만,노동자들은 이를 통해 노사간 대립관계,단결의 위력,생산 주역으로서 의식을 자각한다.자각이 높아지면서 부분파업에서 총파업으로,경제파업에서 정치파업으로 에스컬레이트된다.파업을.노동자의 학교'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파업은 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해 산업 전반에 걸쳐 조업을 중단하는 것이다.19세기 영국 노동자의 정치적 권리확보를 위해일어난 차티스트운동은 1842년 랭커셔에서 일어난 파업을 총파업으로 확대시켰으나,정부의 무력행사로 실패했다.
그후 20세기초까지 영국에서 총파업은 일어나지 못했다.1910년대 들어 노동조합주의자동맹이 조직되면서 총파업이 거듭 발생했다.특히 60년대 이후 노조의 과격화로 인한 파업 빈발은 영국병=파업이란 등식을 성립시켰으며,대처리즘 등장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프랑스인들은 파업을 노동자의 권리이자 사회개혁의 수단으로 인식한다.프랑스는.파업공화국'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파업이 잦다.지난 68년 5월 총파업은 25일동안 전국을 대혼란에 빠뜨렸다.지금도 프랑스에선 파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와 평화적 시위로 시민생활에 직접 타격을 주지 않는 한 거부감은 없다.최근 일어난 트럭운전기사 파업에 대해서도 87%가.공감'하고 있다.
노동운동에서 파업은 효과적 무기지만 전능한 것은 아니다.노사간 세력관계에 존재하는 격차를 부분적으로 메워줄 뿐이다.무분별한 파업은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고 결과적으로 파업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상실,노조활동을 궁지에 몰아넣는다.영국 노동운동가 로버트 애플가드는 “파업이란 양날의 칼로 사용하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변칙 통과된 후 파업돌풍이 몰아치고 있다.과거엔 볼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다.
제조업뿐 아니라 지하철등 공공부문과 병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모든 파업은 최종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 실패로 끝난다는 철칙(鐵則)을 명심하고 극한투쟁만은 자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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