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3차 오일 쇼크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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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도봉산 천축사에 가면
해가 떨어진 뒤에도
늘 깜깜한 방이 하나 있다.

6년 면벽수행 끝내면서
전기도 끊어버린 원공 스님.

"전구 켜면 달이 빛을 잃어."
노스님 말씀이 빛이다.

원공 스님 별명은
'걷는 스님'.
탈 것 일체 물리치고
어디든 휘적휘적
걸어서 간다.

걸으며 쓰레기 줍고
걸으며 통일 염원하는
스님 말씀.

"우리 땅에서 안 나는 석유
나는 못 쓰네."

오늘도 걸어서 수행 나선 스님
거리에 넘쳐나는 차 행렬에
발 디딜 곳을 잃고
한숨 짓는다.

"사람 나고 차 났는데
찻길은 넓어지고
사람 길은 좁아지네."

인도(人道)는 사라지고
차도(車道)만 극성이니
보도권(步道權)도
인권(人權)이라.
걸어다닐 길 되찾자는
인권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

"석유로부터 벗어나라"는
노스님의 말씀 절실하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는
전문가들 조언 뜨끔하다.

자연이 준 이 몸
자연스레 움직여 쓰고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국제유가가 1990년 걸프전 이래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6월 인도분 가격이 배럴당 41달러를 넘어섰다. 3차 오일 쇼크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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