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신용카드 사용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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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뉴욕의 한 실업가가 어느날 식당에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지갑이 없었다.곤경을 치르고 나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현금 없이 아무 식당에 가서 신용만으로 식사 할 수는 없을까.그는 변호사친구와 상의한 끝에.다이너스(식당손님) 클럽'을 조직했다.뉴욕의 식당 7개를 계약하고 5백명을 회원으로 모집했다.회원에게는 회원증을 지급,계약식당에 가서 식사한 후 회원증을 제시하고 계산은 나중에 하도록 했다.1950년 최초의 신용카드 다이너스 카드는 이렇게 탄생했다. 가로 8.6㎝,세로 5.4㎝의 플라스틱 조각인 신용카드는 도깨비 방망이다.지금까지는 궁색한 주머니를 일시적으로 채워주거나 물건값을 대신 치르는 기능에 국한돼 있지만,앞으로 신분증.운전면허.진료카드 등 여러 기능을 카드 한장에 담을 수 있다.새로 개발된 IC(집적회로)카드는 기존의 자기(磁氣)카드의 1백배 기억용량을 갖추고 있으며,앞으로 메가비트 수준으로 확대되면 그 16배를 저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9년 신용카드제도 도입이래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지난 6월말 현재 카드 발급숫자 2천7백67만7천장으로 국민 1.6명에 한장꼴이다.지난해 이용실적 49조원.카드사용 수수료가 평균 3%인 점을 감안하면 카드회사 들의 매출액이 1조4천7백억원이나 된다.이처럼 급속히 커지다 보니 부작용도 크다.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카드남발이다.직장인이라면 카드3~4장은 보통이고,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카드를 소지하고있다.이 바람에 6개월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1조9백62억원을넘고 있다.이와 함께 속칭.카드깡'이란 사채놀이가 성행하고,상호(商號)가 다른 카드전표를 사용한 탈세가 늘고 있다.또 해외여행중 무분별한 카드사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사용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한다.
18세미만 미성년자,연간소득 7백만원이하 소득자는 카드를 가질수 없으며,대금연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카드회사와 고객간 사적 계약에 정부가 어디까지 간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없진 않지만,문란한 카드사용에 경종(警鐘)을 울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차제에 우리사회에 건전한 신용카드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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