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바둑 티베트서 유래-기존 중국 전래학설 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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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국 전통바둑인 순장바둑이 티베트에서 유래됐다는 학설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일제때까지 한반도에서 두어졌던 순장바둑은 그 유래와 발생시기가 베일에 싸여있다.
바둑서지연구가 안영이(安玲二.62)씨는 월간.바둑'신년호에 기고한.순장바둑,그 기원의 비밀을 찾아서'란 글에서“순장바둑의역사는 1천3백여년이며 백제 의자왕때 티베트에서 전해진 것으로보인다”고 주장했다.安씨는 이같은 근거로 일본 정창원(正倉院)의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碁局)이란 바둑판과 티베트어로 바둑을 뜻하는.바드'를 들었다.
순장바둑은 17이란 숫자와 관계가 깊다.현대 바둑판엔 9개의화점이 그려져 있으나 순장바둑은 17개의 화점이 그려진 바둑판에 17개의 돌을 미리 놓고 시작한다.
일본왕궁의 보물인 목화자단기국은 바둑판 이전에 최고의 미술품으로 평가받는데 여기엔 일본식의 9개가 아닌 17개의 화점이 있다.安씨는 전부터 목화자단기국은 백제 의자왕때 일본으로 건너간 수정바둑알(정창원 보관)과.세트'로 만들어져 건너간 것이라고 주장했다.일본측은 옆면에 그려진 낙타가 한반도에는 없는 동물이란 점을 들어 이 바둑판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도래인(渡來人)이 만들었거나 인도→한국→일본의 코스로 전해졌을것이라고 바둑사에 기술하고 있다.
安씨는 한국기원 후원 아래 이번.바둑'지와 공동으로 바둑의 기원을 찾아 북부인도를 탐사한뒤 천으로 된 17줄 바둑판을 힘들게 수집해왔는데 거기엔 순장바둑판과 유사한 13개의 화점이 그려져 있다.安씨는 또 현재.바둑'이란 말로 굳어 진 바둑은 해방전만 해도.바독'.바돌'등으로 불렸는데 이는 고대 티베트인들이 썼던 산스크리트.바-드'와 흡사하다고 말하며 이같은 근거로 중국에서 티베트로 건너간 바둑이 불교문화와 혼합된뒤 백제로유입돼 순장바둑으로 뿌리내렸다고 추■ 하고 있다.
이같은 추론은 증빙자료가 거의 없는등 아직 많은 허점을 내포하고 있다.한 예로 목화자단기국같은 예술품이 탄생하려면 그 오래전부터 이같은 바둑판이 쓰일때 가능하다는게 상식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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