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해외 칼럼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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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생각은 불분명하다. 이라크 문제를 예로 들면 그는 교묘하게 왔다갔다 했다. 그런 점이 이번 선거의 승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경선 당시 오바마는 반전 좌파의 지지를 얻었으며, 이라크 주둔군을 취임 후 16개월 이내에 철군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철군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으며 이라크전을 용인한 인물이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이라크전과 관련해 다른 말을 했다. ‘조건부’ 철군을 얘기했다. 그리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무책임하게 이라크전을 일으켰던 만큼 우리는 책임 있게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힐러리의 입장과 같다. 대선 본선이 다가올수록 그의 외교 정책은 반전 좌파에서 중도로 옮겨갔다.

매케인 지지자로서 오바마의 이런 행각에 대해 인상적이면서도 좌절을 느낀다. 뉴욕매거진 10월호는 “선거에서 오바마가 매케인을 이길 것이다. 그러나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는 오바마가 매케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은 외교 자문역이 작성한 ‘피닉스 프로젝트’에서 엿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기후 변화, 테러리즘, 핵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미국 우월주의와 예외주의를 뒤로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각 지역 내 역학보다는 특정 현안에 있어 구체적 결과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중국 중심으로 짜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 FTA는 양국 간 동맹 강화라는 전략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득실 관계가 중요하다. 부시 행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제기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양국 간 관계에서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 ‘피닉스 프로젝트’를 한·미 차원에서 간단히 정리한다면 양국 간 현안이 얼마나 해결되느냐에 따라 양국 간 동맹의 강도가 정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고서는 보고서일 뿐이다. 부시 대통령도 취임 전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성향인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가 만든 보고서를 중시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이 보고서대로 외교 정책을 펴지 않았다. 보고서 작성자들을 내각이나 백악관 참모에 대거 기용한 것도 아니다. 오바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국무장관과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물망에 오르는 인물들은 ‘피닉스 프로젝트’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외교 정책에선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하면서 경제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외교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듬해 북한과 전쟁을 벌일 뻔했다. 그러면서 미·일 관계 증진에 힘을 썼고, 중국을 견제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성을 지녔다는 얘기다.

양국 간의 관계는 이론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가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오바마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 간 전략적 공감대를 넓히면서 세계관도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정리=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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